이른바 '오타쿠 문화'(또는 '폐인문화')에 빠져 지내는 현대 젊은이들의 감성적 문화코드를 유쾌하게 그려낸 일본의 나오키상 수상작가 이시다 이라의 신작소설 '도쿄 아키하바라'(이가서ㆍ전2권)가 번역돼 나왔다.

소설의 배경은 서울 용산전자상가와 비슷한 도쿄의 아키하바라. 최신식 기기가 눈 깜짝할 새에 구식이 돼버리고 무언가에 한없이 빠져 지내는 '폐인'들이 넘쳐나는 뒷골목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풍부한 지식을 가진 페이지. 뛰어난 음감과 리듬감을 타고난 다이코. 법대를 졸업한 달마. 최고의 격투기 소녀 아키라. 어떤 프로그램도 해킹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이즈무. 인터넷 고민상담 사이트 운영자 유이.

이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특별한 능력을 지닌 소위 '폐인'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또한 가슴 속 깊숙이 자신만의 고민을 가진 외로운 인물들이기도 하다.

페이지는 심한 말더듬이며 다이코는 여성공포증이 있고 달마는 은둔형 외톨이다. 아키라는 뛰어난 미모 때문에 오히려 콤플렉스가 있고, 유이는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유이가 운영하는 인터넷 고민상담소를 통해 우연히 한데 모인 이들은 아키라의 아이돌 사이트를 개설한 뒤 인공지능 검색엔진 크루크를 개발해 인터넷 유저들의 폭발적 인기를 끌어낸다.

이들의 욕심은 자신들의 생활에 필요한 정도의 돈을 버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필요없다. 검색엔진 크루크도 모두가 무료로 자유롭게 쓰길 바란다. 이것이 '폐인'들의 순수함이다.

그러나 거액을 제시하며 크루크 매수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디지캐피 사의 나카고미가 페이지 일행 사무실을 습격해 크루크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훔쳐가는 일이 벌어진다. 결국 6인의 '폐인'들은 크루크 탈환을 위한 깜찍한 테러를 계획하는데….

은둔형 외톨이, 오타쿠, 이종격투기, 인터넷 댓글문화, 플래시몹 등 기성세대가 우려의 눈길로만 바라보던 새로운 시대의 감성코드를 작가는 긍정적 시각에서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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