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

2000∼3000원에 책을 사보던 게 언제던가. 요즘 웬만한 책의 가격은 1만원이 넘고 3만∼4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책들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인쇄술이 발명되기 전 필사로 만들어졌던 책들에 비하면 요즘 책들은 아주 저렴하다.

책이 세상의 모든 것이라고 여겨지던 시대가 있었다. 책이 처음 세상에 등장한 무렵에는 책을 읽는 행위가 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 여겨져 묵독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밭갈이에 비유되곤 했던 필경(筆耕)은 천국에 들어가기 위한 참회의 행위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인쇄술이 없던 시절, 책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수서본을 베껴 쓰는 것이었으니 책을 만들기가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유럽 중세 시대 한 권의 성경을 제작하려면 자그마치 200마리의 양을 잡아야 했다. 수서본 한 권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장원의 연간 소득에 가까웠다고 하니 책이 얼마나 귀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책 도둑도 적지 않았다. 대학 도서관들은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책에 무거운 쇠사슬을 다는가 하면, “이 책을 훔치는 자는 교수형을 당할지어다”와 같은 섬뜩한 경고문을 책 머리에 싣기도 했다.

옛날 책들은 귀한 만큼 정교하게 제작됐는데, 중세 시대 제작된 책의 아름다운 글씨체와 화려한 그림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출간될 당시에도 보물이었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가치를 더한 중세 시대 진귀한 책들의 모습과 책에 얽힌 이야기를 이 책 한 권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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