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가 들려주는 세기의 전설들"

[동아일보]

◇100편의 명화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마르크 퓌마롤리, 프랑수아 르브레트 지음·정재곤 옮김

◇100편의 명화로 읽는 구약/레지스 드브레 지음·이화영 옮김

◇100편의 명화로 읽는 신약/레지스 드브레 지음·심민화 옮김/238쪽(신화) 228쪽(구약) 230쪽(신약)·각권 1만3000원·마로니에북스

가랑이 사이로 쏟아지는 황금비를 받으며 흥분으로 발그레해진 볼, 반쯤 벌린 입술, 은밀한 곳으로 사라진 왼손…. 혼자서 보이지 않는 신과 사랑을 나누며 황홀경에 빠진 여인을 그린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다나에’다.

이 그림의 소재는 아크리시오스 왕이 손자에게 죽임을 당한다는 신탁을 피하려고 딸 다나에를 성에 가뒀지만 제우스가 황금비로 변신해 다나에에게 접근하고 이들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난다는 그리스 신화의 한 대목. 추상적이고 황당한 이야기가 클림트의 그림을 통해 관능적인 전설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서구 화가들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는 마르지 않는 상상력의 원천이었다. 구약 신약 성서도 마찬가지다. 형상이 없는 신을 믿던 고대 신자들은 우상 숭배의 금지, 즉 이미지의 거부를 출발점으로 삼았지만 그 같은 신념이 반영된 성서는 서양의 가장 위대한 시각예술을 탄생시킨 모태였다.

2003년작인 세 권의 책은 세계의 명화를 길잡이 삼아 그리스 로마 신화와 구약 신약 성서의 방대한 전설을 탐험하도록 돕는다. 프랑스 학술원 회원인 마르크 퓌마롤리 등이 쓴 해설도 읽을 만하나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옛이야기에 피와 살을 부여한 거장들의 그림이다.

‘하느님이 진흙으로 사람의 형상을 빚고 코에 입김을 불어넣으니 사람이 되었다’는 창세기의 간결한 대목은 성경에서 가장 많은 초상화를 낳은 구절이다. 아담의 숱한 초상화 중 책에는 수염이 없고 미끈한 몸매의 젊은 청년을 그린 알브레히트 뒤러의 ‘아담’이 실려 있다. 이 그림은 이후 서양화에서 남성미의 전형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구약 신약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은 천지창조부터 최후의 심판까지 이야기 순서대로 배치됐다. 그래서인지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마치 눈앞에 세기의 전설이 동영상처럼 펼쳐지는 듯한 착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