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만나는 처칠 - 패배자의 인생역전 스토리
김형진 지음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06년 2월
절판


힘겹고 절망적인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기억해야 할 사실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삶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괴롭다'는 것이고
둘째는'비록 말은 안 해도
모두가 그런 고난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몇몇 선각자들은
그 고난을 극복하고 결국 성공을 거머쥐었다.
계속되는 실패와 고난 속에서
어려움을 떨치고 일어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쪽

처칠은 시대를 앞질러 가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그를 모욕하거나 비난하는 경우가 많았다.
원래 정치인들에게는 당연히 정적이란 것이 있기 마련이지만, 돌이켜보면 처칠은 그 당시 정치인들 중에서는 드물게 심한 모욕과 비난을 받았던 정치가였다. 그래도 그는 평생토록 사람들의 비난과 공격에 초연했을 뿐만 아니라, 별로 상처를 받는 것 같지도 않았다. 다다넬스 패전이나 토니팬디 사건처럼, 문제가 생기면 처칠은 항상 그 책임을 뒤집어썼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그가 그만큼 강한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사람은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고통을 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조그만 고통에 좌절하여 포기한다면 커다란 고통을 피할 수 있겠지만, 만약 포기하지 않고 분투한다면 점점 더 큰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좌절하고 쓰러질 어려운 상황에서도, 처칠은 잘못을 인정하거나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아무리 욕을 하고 모함하고 비웃어도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그는 살아가면서 더욱 심한 비판과 공격을 받게 되었다.-.쪽

우리가 처칠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부르는 것은, 그가 영국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각자의 마음에 역사적 사명감도 심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나치 독일과의 전쟁이 단순한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의 영토 전쟁이 아니라, 서구 문명의 생사가 달려있는 중요한 전쟁임을 역설했다. 나치는 증오와 폭력으로 이뤄진 악의 집단이므로 어떠한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반드시 승리해야 하며, 그러한 역사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전쟁에 참여하는 영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영웅이라고 말했다. 처칠의 연설을 듣고 난 국민들은 이번 전쟁이 과거에 해외 식민지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제국주의 영토분쟁과는 달리, 인류 역사의 흐름을 영원히 바꿔 놓으리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은 각자가 전 세계를 나치로부터 구하기 위해 역사적인 전쟁을 치르는 영웅이라는 것을 차츰 깨달았고, 그러기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쪽

이것은 끝이 아닙니다. 이것은 끝의 시작도 아닙니다. 이것은 아마 시작의 끝일겁니다.-.쪽

처칠은 뚱뚱하고 못생기고 술고래에 줄담배를 피웠어도 영웅이 되었다. 처칠은 위대한 영웅으로 기억될 뿐이지, 그를 뚱뚱한 술고래로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소아마비로 하반신 마비가 되었지만, 세계는 그를 장애인으로서가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을 승리로 이끈 위대한 지도자로 기억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처칠이나 루스벨트가 갖고 있던 결점과 장애에 비한다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은 지극히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사소하고 쓸데없는 것들에 연연하여, 소중한 인생을 허비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 것이다.-.쪽

수상이 되기 전까지 처칠은 영국 정치계에서 매우 특이한 인물이었다. 독특하고 예측 불가능했으며, 도발적이고 공격적이며 황당하기도 했고, 퉁명스럽고 무례했다. 또 이기적이고 게으르고 낭비가 심했고 의리가 없었으며 고집도 셌다. 그뿐이 아니다. 처칠은 못생기고 뚱뚱한 술꾼이었고, 줄담배를 피워대며 경마나 카드게임을 좋아하던 도박꾼이었다. 또한 말을 더듬는데다가 발음도 부정확해서 의회에서 연설을 할 때면 반대파 의원들이 공공연하게 그의 특이한 발음과 억양을 흉내내서 조롱할 정도였다.
그렇다고 대중들에게 특별한 인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내성적인 성격에다가 조직에 충실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부드럽거나 따뜻한 사람도 아니었고 자기의 감정을 감추거나 숨기지도 못했다. 아랫사람들을 일일이 챙겨주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늘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처칠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사람도 없었고, 그를 사랑하는 모임도 없었다.
그렇지만 처칠은 자기 자신의 단점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처칠은 자기가 술을 많이 마시고 시가를 피운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술을 많이 마신 것은 사실이지만 술 때문에 실수를 하거나 업무에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 처칠은 술을 마셨기 때문에 잃은 것보다는 오히려 얻은 것이 더 많다고 주장했는데, 험하고 거친 정치 인생을 사는 동안 외롭고 쓸쓸한 그에게 술은 용기와 위안을 주었을 것이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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