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1 - 맛의 시작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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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음식을 최초의 맛으로 기억한다.

첫사랑이 그렇고 첫날밤이 그렇듯 처음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것은 깊은 상흔처럼 세월 속에서도 결코 희미해지는 법이 없다.
기억은 오히려 선명해지고 향수는 깊어만 간다.

거친 물살을 헤치고 기어이 태생지로 돌아가는 연어처럼 우리에게는 최초의 맛을 찾아 헤매는 질긴 습성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유년의 밥상에 올랐던 소박한 찬을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떠올리는 것은 그리움에 다름 아니다. 남루하고 고단한 삶이어도 어머니의 사랑이 있기에 함부로 좌절할 수 없듯 그 시절의 행복한 기억은 살아가는 힘이 되어 주는 것이다.
맛은 추억이다. 맛을 느끼는 것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이다.
그러므로 절대적으로 훌륭한 맛이란 없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

쌀과 어머니는 닮아 있다. 그것은 생명의 근원이고 영원한 그리움이다.
적어도 한국인에게는 그렇다.
-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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