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 인기가 있긴 있구나..라고 느낄때는, 도서관에 책이 구비되었다는것을 알았을때예요.^^ 그것도 한 도서관이 아닌 여러 도서관이 이 책을 구비되어 있는것을 보니 저도 덩달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아직 5권까지만 있어서 6권은 읽지 못했지만, 나중에 도서관에 6권이 구입되면 그때 대출해서 읽어도 되니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어요.

 

'바닷마을 다이어리'라는 제목처음 굉장히 감성적인 만화일거라 짐작은 했어요. 하지만 처음 이 책을 읽었을때 오잉(?) 생소한 느낌이 들었답니다. 굉장히 쿨한 느낌도 드는한편 무척 개인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문화적 이질감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점점 뒤로 갈수록 한국적 감수성도 함께 느껴져서 좋았어요. 어쩜 그런면이 이 책이 사랑 받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네요.

 

 

 

스즈의 외로움과 힘들었음이 그림을 보는 순간 훅 하고 전달되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그렇게 원망했던 아버지에게 딸에 대한 다정함을 알아채는 순간 저도 울컥했어요. 이것이 '그림의 힘'!!!

 

아니 '바닷마을 다이어리' 네 자매의 힘인가??

 

어찌보면 세 자매에게 가장 달가울수 없었던 '스즈'라는 존재가 그녀들의 얼마나 인간적인지를 느꼈어요. 과연 내가 사치였다면, 요시노였다면, 치카였다면 스즈를 저렇게 쿨하게 받아 들일수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고, 만약 스즈가 의존적이고, 이기적이며 어리광스러운 아이였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다행이도 스즈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굉장히 어른스럽고 배려심이 많은 아이였지만...

 

1편을 읽고 네 자매가 어떻게 함께 생활하게 될지 막 궁금해지더군요. 그리고 저에게는 다음권이 바로 있는데, 기다릴필요가 없죠. 바로 읽어서 확인할수 있으니깐...^^

 

 

 

 

우리 아버지란 사람...

나 일곱 살때 딴 여자랑 바람나서 집을 나갔어.

이렇게 말하면 되게 나쁜 사람같지만, 내 기억 속의 아버지는 늘 다정하기만 했어.

하지만 같이 산 기간이 얼마 안 돼서 솔직히 슬프단 생각은 안들어.

 

p. 22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

 

그보다 장례식 말야. 아수라장일거야.

아수라장?

소란스러울수도 있다고. 사람이 죽으면 참 많은 것들이 드러나거든.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가 다 보이는 곳이 장례식장이야. 여태까지 몰랐던 것들이 한꺼번에 다 튀어나오기도 하고.

 

p.23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 

 

어른이 해야 할 일을 아이한테 떠맡기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근무하는 병원 소아과 병동에는 흔히 말하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애들이 아주 많아요. 그런 애들은 하나같이 다 야무집니다. 왜 그런줄 아세요?

힘든 투병 생활이 그애들한테서 아이다움을 빼앗아버렸기 때문이예요.

어린애가 아이답지 않은 것만큼 슬픈 게 또 어디 있겠어요.

 

p.51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

 

 

1편에는 아버지에 대한 애증을 확인했다면, 2편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애증을 확인한것 같아요. 어릴때는 당연히 '부모'라는 존재는 책임감이 있어야하는 어른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나 자신이 어른이 되고 보니 부모라고 해서 다 어른이 아니라는것을 알게 되었고, 꼭 부모의 도리를 강요해서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철없는 어머니에게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들의 표현방식은 다르지만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답니다. 저 역시 가끔 엄마랑 짜증을 내며 싸우기도 하지만, 어느순간 나보다 작아진 엄마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때 슬프고, 애잔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다가도 곧 잊고 또 싸우지겠지만...^^;;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너무 무겁게 진행되면 우울할것 같지만, 사람들의 삶이 그렇듯이 다양한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그중에 스즈의 썸?은 풋풋한 아이들의 사랑이라 그런지 너무 귀엽더라구요. 요즘 길거리에서 애정을 막 드러내지 않은 선에서 둘이 사귀고 있구나...가 보이는 학생들을 보면 너무 귀여워서 제가 다 설레이더라구요. 물론, 어릴적 추억들이 생각나서 저 혼자 착각속에서 설레이는거겠지만, 서로 조심스럽고 거리르 재어가며 사귀는 모습들이 귀여운건 이제 저도 나이가 들었다는 이야기겠지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전체 이야기 속에 각각의 에피소드가 있어서, 읽기가 더 편했던것 같아요. 시리즈 책이나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그냥 콕 하나 찝어서 골라 읽어도 무난하게 읽을수 있다는것이 장점인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

어느날 문득

모습을 드러낸다.

 

한낮에 우연히 눈에 띈

그 달처럼.

 

하지만 그건 줄곧

그 자리에 있었던 거야.

 

그저 알아채지 못했을 뿐

 

p. 161 (한낮에 뜬 달) 

 

 

 

스즈의 새엄마였던 요코가 재가를 했어요. 남편과 사별한지 1년이 안되어서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것 타자의 입장에서도 화가나는데 스즈가 화가 안나는것이 더 이상하지요. 하지만 인간은 개인적일수밖에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깨닫게 됩니다. 알게 모르게 다 자신의 잇속과 관련해서 움직이게 되는것... 슬프지만 무척 현실적이었어요.

 

스즈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언제나 똑부러진다고 생각했던 사치 언니의 불륜을 보면서도 뭔가 안타까움이 느껴졌답니다. 자신의 부모도 그렇게 해서 가정을 지키지 못했는데, 자신 또한 남의 가정을 깨는것이 아닌지.... 당사자가 아닌 이상은 당사자의 마음을 모르지만, 가끔은 곁에서 어떤 길이 옳은건지 쓴소리를 할수 있는것도 그녀를 가장 아끼는 사람들의 사랑인것 같아요.

 

그렇게 방탕(?)해보이는 요시노가 언니와 다툴것을 알면서도 쓴소리를 하는것도, 언니가 상처를 받을까 걱정하는 동생의 염려에서 시작된거니깐요. 하지만 많이 걱정안해도 될것 같아요. 사치 언니에게도 새로운 인연이 나타날것 같으니깐요.

 

처음에는 개별적인 이야기들이 점점 인간관계들이 얽혀들어가는것 같아요. 은근 막장 드라마에서 얽히는 인간관계를 보는것 같기도 하지만.... ^^

 

 

더운 여름 사치언니와 스즈는 빙둘러 걸으며 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좀 번거롭더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상대와 걷는것만큼 관계 회복에 좋은것도 없는것 같아요.  서로에 관해 이야기 할것이 없었던 저 역시 도련님과 운동삼아 산책을 할때면 평소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계기가 되었거든요. 원래 다툼이라는것이 서로간의 소통에 문제가 생겨서인지,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걷다보면 마음도 부드러워지고, 서로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이해관계가 더 깊어지는것 같아요.

 

 

추억은 반딧불이의 아련한 불빛처럼

어떨 때는 반짝임을 더하며

어떨 때는 꺼질듯 희미해져.

 

기억 속 깊은 곳에서 떠오른다.

담담함도 심란함도

모두 잊을 수 없는 나의 일부인 것이다.

 

p. 36 (추억의 반딧불이)

 

 

 

 

4편에서 저는 '맛있는 밥'이 가장 좋았던것 같아요.

맛이라는 것이 참 묘한것이 추억이 함께 할때 진짜 맛있는 맛이 전해지는것 같거든요.

그 맛을 찾았을때 기쁘고, 그 맛을 영영 잃어버릴때 슬프고, 누군가를 생각할때 떠오르는 맛은 그립고...

 

어릴적 엄마가 끓여진 된장찌개보다 할머니가 끓여주신 된장찌개가 훨씬 맛있었는데, 어느날 할머니께서 끓여주신 된장찌개가 더 이상 맛이 없었을때 무척 슬펐어요. 미각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늙는다는것을 그때 알았거든요.

 

엄마는 음식을 잘 못하세요. 농담으로 음식 못하는 엄마에게 음식 잘하는 딸이 나오기 힘든데, 우리는 엄마보다 음식을 잘한다고 이야기하고, 가끔 동생과 제가 엄마께 반찬 챙겨드릴때가 있어요. 그런 엄마에게도 저희가 따라할수 없는 몇가지 반찬들이 있답니다.

 

그런데 그 음식들이 은근 손이 많이 가요. 가끔 농담삼아 엄마 없을때도 만들어 먹을수 있게 배워야하는데...하는데, 솔직히 배우고 싶지 않아요. 계속 계속해서 엄마에게 얻어먹을수 있을때까지 얻어 먹을거거든요.

 

맛이 없던 음식도 가끔 생각이 난다는데, 맛있던 음식은 얼마나 생각날까요?

 

저는 국수보다 밥을 더 좋아해요. 어릴때부터 그랬던것 같아요.

엄마가 밥이 없으니 국수 비벼먹을까?했을때도, 밥 달라고 해서 미움 받고...^^;;

 

다행이도 신랑도 국수보다 밥을 더 좋아해서 입맛이 잘 맞아요. 가끔 국수를 먹긴한데 뜨거운것보다 차가운 냉면이나 모밀 아니면 비빔국수를 더 좋아해요. 칼국수, 잔치국수는 뜨거워서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도 가끔 할머니께서 대충 끓여주신 잔치국수가 참 맛이서 그 맛이 생각나 끓여보면 그 단순한 음식에도 손맛이 필요한가봅니다. 양념장이 다른지, 고명이 다른지 그 맛이 안나네요. 따라할수 없지만, 그래도 잔치국수를 먹을때면 할머니 생각 날것 같아요. 사실, 잔치국수뿐만 아니라 국수를 먹을때면 할머니가 생각나긴해요.

 

 

 "할머니가 자주 만들던 '치쿠와'카레야."

"뭐? 언니들이 그렇게 맛이 별로라고 했던 그 카레?"

"그렇긴 한데- 가끔 너무 너무 먹고 싶어질 때가 있어. 생각해보면 할머니가 만든 카레느 내가 제일 잘 먹었던거 같아. 우리 엄마는 요리 솜씨가 별로 없었어. 근데 카레 하나는 맛있게 만들었다고 큰언니도, 작은 언니도 그러는데 난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이 잘 안나. 그래서 우리집 카레하면 치쿠와가 들어간 이 카레가 제일 먼저 생각나. 언니 둘은 맛없다고 하는데 가끔 먹는 건 고내찮잖아?"

"응. 나도 먹어보고 싶어."

 

p.167 (맛있는 밥)

 

"우리 할머니가 만들어준 카레도 참 오묘한 카레였어요.

전날 먹다 남은 반찬을 넣고, 꼭 치쿠와를 넣어서 만들었어요. 저도 제 동생들도 그렇게 맛있다고는 못 느꼈어요. 그래서 어른이 되면 꼭 내가 좋아하는 카레를 만들어야지 하고 생각했었죠. 지금은 제 취향대로 카레를 만들지만 가끔씩 그 치쿠와 카레는 대체 뭐였지 하는 생각이 들곤해요. 할머니는 할머니 나름대로 우리를 위해서 정성껏 만들어주셨던 거죠. 맛이 없어도 그리워지는 것들이 있잖아요."

 

p.176~177 (맛있는 밥)

 

 

 

'바닷마을 다이어린'는 다이어리는 이름에 걸맞게, 각각의 에피소드가 전체를 이어가고 있어요. 각자가 주인공이면서 조연인 네 자매의 이야기를 들으면 참 다양한 색깔이 조화롭게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가능했던것은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면서도, 서로가 가족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힘이 되어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인것 같아요. 그런 네 자매의 모습들이 참 보기 좋아서 부럽기도 하지만, 저에게도 사이 좋은 동생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덜 부러웠어요.^^

 

스즈가 처음 이모를 만나는날. 혹 스즈가 상처를 받을가봐 함께 힘이 되어주기에 모인 언니들을 보면서 무척 든든했을거예요. 한편으로는 만나고 싶지 않은 모임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스즈의 이모와 외가분들은 좋은 분들이었어요.

 

자신을 '보물'이라고 불러주었던 엄마와 스즈에게 힘을 주려는 언니들을 보며 아마 스즈는 그동암에 받았던 상처를 보듬을수 있었을것 같아요.

 

그리고 5편의 제목이기도 했던 '남빛'에서는 가장 가까운 가족이 남보다 못할수 있지만, 비록 혈연관계는 아니더라도 가까운 이웃이 가족보다 더 큰힘을 줄수 있다는것도 다시 알게 되었어요. 이런 점은 한국이 아니더라도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관계에서 있을수 있는 일이라 많이 공감이 되었던것 같아요.

 

저는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5권까지 읽었지만, 앞으로 6권에서 완결되지 않고  네 자매의 소소한 행복들을 다룬 이야기가 계속해서 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에베레스트를 날마다 보셨겠는데요. 근사했겠어요."
"그랬지. 거기 있을 땐 그저 최악이라고 생각했지만."
"네? 왜요? 아주 멋있었을텐데요."

" 너무 끝내주니까. 아무리 내 기분이 나쁘다 캐도 개면 세계에서 가장 푸른 하늘이 보이고, 그 아래에는 신들이 살고 있다는, 세계에서 가장 놓은 산이 있는기다. 그땐 여러가지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새악하던 때였던지라 왜 이렇게 아름다운긴데, 사람 기분도 몰라주고. 이런 맘이 들었던 기지."

 

 

p.117 (남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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