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 아워스’(2002. 스티븐 달드리 감독)에서 버지니아 울프 역을 연기한 배우 니콜 키드먼은 뺨과 코에 인조 살을 붙였다. 버지니아 울프의 생전 모습에 최대한 가까워지기 위해서였다. 사진 속 버지니아 울프의 모습은 청초하기 보다는 우울하고, 따뜻하기 보다는 차가운 이미지다.
‘시대를 앞서간 불온한 매력’이라는 부제를 가진 <버지니아 울프>(푸른숲. 2006)에 의하면 버지니아 울프는 언제나 아름다웠지만 한번도 예뻤던 적이 없었다. 저자의 주관이지만 적절한 표현이다.
책에 따르면 어린시절 버지니아 울프는 나비와 나방을 열성적으로 채집했다. 열세 살에 어머니를 잃고 스물두살 때 아버지를 잃었지만 겉으로는 쾌활함을 유지하려 애쓰는 소녀였다. 후일 심각한 우울증과 발작 때문에 고통을 받았지만 유년시절 보여줬던 명민함은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점치고도 남을 정도였다.
버지니아 울프가 사랑했던 어머니 줄리아는 화가 와츠, 번-존스, 사진가 줄리아 마가레트 캐머론의 모델이었다. 저자는 비극적인 요소가 드러난 줄리아의 사진을 “버지니아와 마찬가지로 어머니 줄리아는 언제나 아름다웠지만 한번도 예뻤던 적이 없었다”고 표현했다.
1997년에 쓴 추억의 기록에서 버지니아는 "그들의 몸짓과 서로 상대방을 바라보는 순수하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쁨은 심지어 우리들의 눈에도 아주 아름다웠다" 며 부모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저자 나이젤 니콜슨은 버지니아 울프의 동성 연인으로 알려진 비타 색빌웨스트의 아들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목격한 버지니아 울프의 다양한 모습들을 떠올려 글로 옮겼다. 평전이기도 하지만 에세이집의 느낌도 드는 책이다.
연대기별로 정리 된 버지니아 울프의 삶은 많은 전기가 담지 못한 작은 에피소드와 기록을 실었다. 문학사에 길이 남은 걸작들의 집필 배경과 의미까지 되짚은 세심함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