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싶어도 고속도로는 이미 주차장이다. 그렇다면 그 누구와도 부대끼지 말고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은 생각이다. 친구 같은 책 한 권과 함께 당신만의 여행은 시작된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해 주는 데는 추리적 기법과 고고학, 사실과 허구가 버무려진 ‘팩션(fact + fiction)’만한 것이 없다. ‘이중 설계’(예담)는 바다 위에 뜬 것 같은 몽환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프랑스의 몽 생 미셸에 얽힌 이야기다. 11세기와 21세기의 두 이야기가 몽타주 기법처럼 교차되면서 “하늘에 오르기 위해서는 땅을 파야 한다”는 주문 속에 담긴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사라진 도시 우루아드’(현대문학)는 수메르 문명을 배경으로 한 고고학 스릴러. 백과사전을 방불케 하는 풍부한 지식 속에서 추리적인 기법이 살아나는 이 소설에서 ‘3000년 전의 DNA 복제인간’은 놀랍게도 그다지 황당하지 않게 다가온다. 진짜 고고학의 세계를 알고 싶다는 독자라면 ‘고고학자 조유전의 한국사 미스터리’(황금부엉이)를 추천할 만하다. ‘한국 고고학의 산 증인’인 저자가 들려주는 발굴의 흥미로운 뒷이야기들은 우리 역사가 이렇게까지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 준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동양화 놀이’만 하고 있는지 안타까운 적은 없었는지? 그렇다면 ‘다산과 연암, 노름에 빠지다’도 한번 읽어볼 만. 저포·격구·쌍륙·투전에서 마작과 고스톱까지, 한국 도박의 역사를 흥미롭게 훑는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호칭에 혼란이 생긴다면 ‘한국 사회의 차별과 억압’(지식산업사)이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존댓말과 반말로 이루어진 한국어의 특징이 한국 사회를 유사 신분관계로 뒤틀리게 하고 있다며, 반말을 없애고 서로 존중하는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소에는 엄두도 못 내는 두꺼운 책에 도전하는 것도 한 방법. 29개 언어로 번역돼 8500만부가 팔렸다는 판타지 소설의 백미 ‘나니아 연대기’(시공주니어)나 고대 제국의 실체를 추적하는 ‘아틀란티스로 가는 길’(김영사) 등이 이런 책들.

영화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마로니에북스)을 한 장씩 넘기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이 기회에 남들 다 읽었다는 ‘삼국지’를 독파해 봐야겠다는 사람이면 가장 최근에 나온 완역본인 ‘본 삼국지’(금토)를 추천할 만하다. 120회로 된 원 체제를 충실히 따르고 12가지 판본을 대조해서 낸 좋은 번역본이다. 하지만 너무나 친절한 해설이 다소 부담스럽다면 ‘원본 삼국지'(범우사)를 권한다.

모든 게 다 귀찮다고? 그렇다면 소파에 누워 ‘코 파기의 즐거움’(씨앗을뿌리는사람)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코 파기라는 인간의 본능조차 부정하는 문명과 예절’을 사정없이 풍자하는 이 책은 그 내용을 실천하기가 무척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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