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도전 철학의 응전’"

[동아일보]

◇과학의 도전 철학의 응전/박이문 지음/518쪽·2만2000원·생각의 나무

근대 이후 과학은 화전민이었다. 목적론적 세계관의 지배를 받던 철학의 영역에 불을 지르고 인과론적 해석의 씨앗을 뿌려 왔기 때문이다.

인간이 단세포동물에서 시작됐다는 진화론과 우주가 티끌에서 탄생했다는 천체물리학은 인간을 필연적 존재가 아니라 우연적 존재로 전락시켰다. 인간 존재의 고결함의 표지인 정신, 마음, 영혼에 기대어 세계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추구하던 철학은 만물을 물질로 환원해 버리는 과학의 기계론적 해석 앞에 무력해졌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철학이 부활한다. 우연한 존재인 인간이 이 우주에서 누구보다 자유로운 주체이며 동시에 그의 선택에 의해 세계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막중한 윤리적 책임을 짊어졌음을 확인해 줬기 때문이다.

박이문 연세대 특별초빙교수가 35년간 써 왔던 과학칼럼을 엮은 이 책은 과학과 철학의 그런 역설적 상황을 차분하게 설명해 준다. 또한 한국 사회를 ‘공황(恐黃) 상태’로 몰아넣은 황우석 교수 사태야말로 그 살아 있는 실습의 현장이었음을 깨우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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