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독 : 박 흥식

출 연 : 문 소리(김말순), 윤 진서(아랫방 은숙누나), 이 재응(광호), 김 동영(철호)

아들! 엄마 이뻐?
아줌마.. 누구세요?

"우리 엄마, 아닌데요?" _ 지긋지긋한 우리 엄마, 김말순

우리 엄마는 화장품 방문판매원이다. 맨날 쥐 잡아 먹은 듯 화장을 하고 하다못해 눈썹도 밀어서 괴물 같다. 그녀는 신문에 '박정희 유고'라고 써있는데 유고가 무슨 뜻인지도 모른다… 무식하다. 커피를 마실 때도 '후루룩 쩝쩝' 소리가 난다. 다른 애들 엄마들은 우아하기만 하던데. 저기서, 엄마가 크게 날 부른다.
난 말한다. "모르는 사람인데요"



"그녀를 지켜주고 싶다" 아름다운 나의 그녀, 은숙씨

세수하는 그녀의 몸에서 빛이 난다. 티셔츠 사이로 보이는 뽀얀 목덜미. 나도 몰래 숨결이 거칠어 진다. 누나와 만화책을 보다, 팔이 닿았다. '접촉... 보드라운 살과의 접촉' 누나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은 누나의 간호학원 포스터를 위해 주사를 열방이나 맞았다. 오늘밤, 난 그녀 앞에서 멋진 남자가 된다.

"내 인생을 꼬이게 만드는 녀석" 동네 바보, 재명이
어느날 나타나 애정공세를 펴는 이 녀석 때문에 인생이 꼬여만 간다. 은숙누나 꿈을 꾸다 살짝 흘린 남자만의 비밀(?)을 이 녀석 때문에 탄로가 나고 말았다. 그런데... 엄마는 뭐가 예쁘다고 이 녀석만 보면 쓰다듬어주는 걸까? 아무래도 수상하다. 엄마와 이 녀석의 관계는 무엇인가? 차라리 나 대신 이 녀석이 엄마의 아들이라면...

행운의 편지, 제126호 사람들 _ 엄마, 누나, 재명이, 철호... 그리고 전두환
갈곳 없는 마음에 대문을 꽝 차고 들어온 날, 편지가 하나 두둑 떨어진다. '제 125호 행운의 편지의 주인공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이 편지는 4일 안에 당신 곁을 떠나야 합니다...' 답장을 안 쓰면 유고랜다. 주변 사람들 이름을 써본다. 장난처럼… 근데 내 126호 편지 주인공들은 답장을 안 쓰려나 보다.
근데, 답장을 안 쓰면... 정말 어떻게 될까?

*

1979년의 서울, 완벽한 재현!
살아있는 거대한 박물관,
전주에서 추억의 파노라마를 펼쳐내다!


"여기서 촬영하자! 죄송한데 3개월만 이사가 주실래요?"
<사랑해, 말순씨>는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를 재현하기 위해 미술, 의상, 소품의 완성도는 물론 실제 장소 헌팅에 많은 공을 들였다. 제작진들은 전국을 수소문하고 직접 발로 뛰어다닌 끝에 전주의 한 마을을 영화의 주무대로 최종 낙점하였다. 신기하게도 전주 로케이션 현장은 건물이나 주변환경은 물론 현재 거주하는 사람들까지 7,80년대 당시 서울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특히 영화의 주인공 '광호'의 집은 수십 곳의 집들이 경합한 가운데, 남노송동에 위치한 사랑스러운 한옥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세트를 짓게 되면 촬영이 더욱 쉽게 진행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실제 주민이 거주하는 집을 촬영지로 택한 것. 촬영기간 동안 집주인을 '통째로' 이사시키는 협조를 받기도 해, 전주시민의 영화사랑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귤처럼 말랑한 엉덩이, 어디 없어요?"
주인공 광호의 '꿈속의 그녀' 인 간호조무사 은숙누나(윤진서)와의 첫 촬영이 있는 날. 그의 엉덩이에 실감나게 주사 바늘을 꽂는 것이 오늘 그녀의 과제. 실감나는 연기를 위하여 간호 교육원 강사에게 주사 놓는 법을 배운 윤진서는 귤에 주사 놓기 연습이 끝나자 실전 연습을 위한 엉덩이 찾기에 나섰다. "귤처럼 말랑한 엉덩이 어디 없어요? 나 이제 잘할 수 있는데" 라고 자신 있게 물었지만 나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실제 촬영에 들어가자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재응군. 다행히 촬영은 두 번의 NG만으로 끝났으나 한껏 긴장한 엉덩이 근육을 푸느라 재응군은 연신 엉덩이를 문질러 댔다고. 참고로, 진짜 주사바늘에 들어간건 비타민 B


전지전능하신 스탭이시여....
촬영지에서 생기는 수많은 변수들, 그 모든 위기 상황을 모두 풀어나가야 만족한 한 컷, 한 컷을 얻을 수 있는 법. 특히, 제작부들은 못하는 일이 없어야한다! 야외 촬영이 많은 <사랑해, 말순씨>. 모두들 숨죽이고 촬영에 임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까치가 울어댄다. "제작부! 까치가 왜 울어 얼른 까치 잡아!" 까치 잡느라 분주한 스텝들. (알고보니, 동네 나이트 스피커소리였다는 후문) 이번엔 동네 강아지들이 짖어댄다. 한 놈이 짖으니 다른 놈들이 같이 짖어대는 통에 아예 촬영이 불가능한 상황, 쥐포를 들고 너도 나도 흩어져서 동네 강아지 달래기에 나서 겨우 강아지들을 입 닫는데 성공했지만, 쥐포만 150마리 소요. 이번엔 해가 말썽이다. 해가 구름에 가려 나오지 않아 촬영에 애를 먹고 있었던 것. 그때 촬영 감독님 말씀,
"조명부 뭐해! 얼른 구름 걷고 해 띄워!!"

*



'행운의 편지'를 쓰는 소년, 광호
그의 특별한 연인을 소개합니다

여기 '행운의 편지'를 쓰는 14살 소년이 있다. "오빠, 사랑해"를 되뇌이는 5살 여동생을 밀어둔 채 누군가를 위해 대신 '답장'을 써주고 있는 중학 1학년의 소년. 이 영화 <사랑해, 말순씨>는 바로 그 소년과 소년의 특별한 연인들의 이야기이다.

시작합니다. 어쩌면 이내 곧, 소년의 얼굴에서 낡은 앨범 속에 숨어있던 오래전 잊고 있던 당신을 발견하곤 웃음짓게 될지도 모릅니다.

1980년, '나라님이 유고' 라지만 소년의 머릿속을 꽉 채운 건 하숙방 은숙 누나의 봉곳이 솟은 가슴뿐이다. 나의 천사, 내가 지켜주고 싶은 첫 여자.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인생의 태클'을 거는 강적이 있어 파란만장 그의 삶은 골치가 아프다. 김말순 여사, 지긋지긋한 그녀. 소년의 엄마다. 지글지글 볶은 파마머리에 맨손으로 쥐를 때려잡는, 눈썹 없는 화장술의 대가. 학교친구의 엄마같은 우아한 냄새가 아니라, 화장품 냄새만 지독한 그녀가 이따금 '내 친 엄마 맞을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그런 지긋지긋한 엄마와 이쁜 은숙누나, 두 여인 사이에서 갈등에 헤매이던 광호에겐 그러나 또 다른 특별 연인(!)이 있었으니 한 동네 사는 수상쩍은 바보 형 재명이가 바로 그다. 마냥 쫓아 다니며 약올리던 그 녀석이 말순씨와 다정한 모습이라니… 무언가 있는 게 틀림없다! 차라리 녀석이 나 대신 말순씨의 친아들이었다면...? 풀리지 않는 4각 관계의 복잡함, 차고 넘치는 불만, 열네살 소년의 고단한 삶은, 그러나 너무 착한 유머와 웃음들이 뒤 섞이며 관객들을 미소 짓게 만든다.




그 시절, 가장 행복했던 나를 만난다!

현실은 쓰고 추억은 아름다운 것인가? 왜, 망각의 강을 건너고서야 그 현실이 행복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일까? 오늘, 광호는 엄마와 은숙 누나 그리고 재명이 형을 대신해 '행운의 편지'를 쓰고 있다. 그들은 모두 묘한 복수심(?)으로 광호가 보냈던 126호 '행운의 편지'의 주인공들.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자신의 울타리를 꽉 채워줄 것만 같던 그들이 마치 행운의 편지의 불길한 마법에 걸린 듯, 하나 둘 차례로 사라져간다. 1981년, 중학교 2학년으로 훌쩍 커버린 광호. 소년은 딱 한번, 말순씨에게 했던 말… '엄마, 사랑해' 를 기억한다. 엄마와 함께 술에 취해 발그레해진 볼을 한 채 서로 껴안고 내뱉은 한마디. 그제서야 소년은 마치 스크루지 영감을 인도하는 천사처럼, 어느새인가 관객의 손을 잡고 그 시절, 웃음과 행복이 가득했던 자신의 추억 속으로 이끌고 간다. 그리고 '내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나를 만나게 한다'. 사랑해, 말순씨! 사랑해... 나의 위대한 날들이여!


시대를 관통하는 감동과 웃음!
<집으로> <말아톤> <웰컴 투 동막골>의 신화를 잇는
일등 코믹 휴먼드라마

'포레스트 검프'의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그의 특별한 스토리가 잊혀지지 않은 채 회자되는 이유는 미 현대사의 가장 혼란스러운 시대와는 다소 무관해 보이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허를 찌르는 유머와 유쾌한 진행, 그리고 미소를 머금게 하는 따스함과 감동을 선사했기 때문일 것이다. 동 시대 지구 반대편, 동양 방송국이 문을 닫고, 컬러TV가 등장하고 프로야구가 첫 선을 보이던 현대사의 가장 '화려한 시절'. '행운의 편지 때문에 엄마와 가장 소중했던 사람들을 잃었다고 믿는 광호의 이야기는 그 드라마틱한 시대를 무심히 통과하며 특별한 웃음과 감동을 약속한다. 백년, 천년 같은 얼굴일 것만 같던 대통령이 바뀌고, 방송과 신문에서 떠들어 대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던 그 시절, 그러나 이제 막 코 밑에 솜털이 가신 소년에게 그것이 무슨 상관일까. 무식하고 창피 하기만한 '지긋지긋한' 엄마.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린 동네 바보 형, 그리고 열렬한 숭배대상인 아랫방 간호사 누나.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가슴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는 관객들에게 저마다 잊고 있었던 가장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그 시절을 통과하여 이제 성인이 된 관객에게 이 영화는 묻는다. '당신이 잃어 버린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은 지금 무엇을 그리워하고 있습니까?'

강요되지 않는 착한 웃음과 순박한 감동으로 21세기 한국영화의 가장 굵직한 줄기를 세운 영화들이 있다. <집으로> <말아톤> <웰컴 투 동막골>. 2005년 가을, 영화 <사랑해, 말순씨>는 그 고품질 휴머니즘 영화의 명맥을 잇게 될 것이다. 소소한 기억들을 되살리며 유쾌한 그리움으로 가슴속을 꽉 매워 줄 아름다운 영화 <사랑해, 말순씨>. 이 영화를 보고 나오는 순간, 가슴속 깊은 곳에 담고 있던 각자의 '말순씨'에게 "사랑해!"라고 외치는 관객들의 모습을 기대한다.


햇빛 쏟아지던 날...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꾼들, 꿈을 꾸다

<오아시스>, <올드보이>, <바람난 가족>, <효자동 이발사>, <인어공주>. 이 작품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바로 제목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한국의 대표적인 웰메이드 영화라는 점이다. 이 영화들의 내노라하는 영화꾼들이 <사랑해, 말순씨>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어공주> 박흥식 감독은 전작 두 편으로부터 백상예술대상 신인상과 감독상을 차례로 거머쥐며 새로운 스타감독의 탄생을 알렸다. 데뷔작으로 <사랑해, 말순씨>를 삼고 싶었을 만큼 이 영화에 무한한 애정을 자랑하는 박흥식 감독은 본인 특유의 따뜻한 감성, 거기에 쿨한 휴머니티를 더해 그려 나간다. <오아시스>, <바람난 가족>, <효자동 이발사>의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여배우 문소리는 광호의 지긋지긋한 그녀 '말순씨' 역을 맡아서 대한민국 대표 엄마로 다시 한번 변신하였다. <올드보이>의 혜성 같은 신인 윤진서는 광호의 집에 하숙 하는 천사 같은 간호사 누나로, <선생 김봉두> <효자동 이발사>의 연기파 아역배우 이재응은 얼굴에 여드름 돋은 소년으로 훌쩍 커, <사랑해, 말순씨>의 광호로 이야기의 듬직한 주인공이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아름다운 그 시절로의 회귀를 도와줄 또 한 사람은 박흥식 감독의 오랜 파트너 이면서 <8월의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최근 <봄날은 간다> <형사> <외출> 등에서 서정적이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조성우 음악감독이 맡아 영화에 힘을 더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꾼들이 세계인에게 약속한 걸작 휴먼 드라마 <사랑해,말순씨>.
이제 다 함께 확인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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