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하모니

우리는 새가 지저귀면 “아름답게 노래한다”고 감탄한다. 야음에 늑대가 목청을 돋우면 “살기를 담아 울부짖는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것이 옳은 표현일까. 우리가 인식하는 바와 달리 새 수컷의 지저귐은 영토를 방어하기 위한 경고음이고, 늑대의 울음은 행복한 감정을 드러내는 소리다. 이렇듯 우리는 인간 위주로 자연을 해석하는 데 익숙하다. 이 책은 동물의 행위를 인간 생활에 꿰어맞추는 사고방식과 거리를 둔 동물 관찰기다.

책의 배경은 아메리카 북부와 북극이다. 철저히 동물의 관점으로 본 북극 지방의 생태계는 자연의 힘에 순응할 뿐이다. 저자는 순록이 늑대 무리에 희생된 장면을 두고 “자연이 제 역할을 한 것이다”라고 표현한다. 냉혹한 언사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 오히려 동물의 본능을 보면서 제멋대로의 감상을 섞어 평가하는 습관이 이상하다. 우리는 흔히 “스라소니의 눈처럼 음흉하다”는 비유를 자주 쓰는데 한번이라도 스라소니의 눈을 유심히 살핀 적이 있던가. 저자는 “사물을 응시하는 스라소니의 예리한 눈은 차분하고 무심해 거의 천진난만하다”며 스라소니를 변호한다.

갓 태어난 눈신토끼들이 서로 껴안고 있는 것은 형제애로 보이겠지만 실은 극성스러운 모기 떼에 노출되는 면적을 줄이기 위해서다. 밭쥐들이 겨울에 갑자기 눈 위로 튀어나오는 것은 신기한 세상이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굴 속에 가득 찬 이산화탄소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은 인간의 가치판단이 자연에 대한 이해를 왜곡시킨다는 점을 잔잔하게 드러낸다.

인간적인 가치판단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습관은 자연을 무책임하게 파괴하는 폭력으로 이어진다. 사냥꾼들은 순록을 잡을 때 ‘스트리키닌’이라는 맹독을 쓴다. 이것은 먹이사슬을 거치며 무차별로 독성을 흩뿌린다. 중독된 순록을 먹은 늑대가 죽고, 죽은 늑대의 살점을 뜯은 갈까마귀가 땅에 고꾸라진다. 이 갈까마귀를 먹은 여우 역시 같은 운명에 처한다. 인간의 사냥은 순록 하나를 노릴 뿐이嗤?결국 생태계 전체를 망가뜨린다.



북극 지방의 생태계는 비교적 약한 교란에도 쉽게 파괴되기 때문에 독극물로 인한 ‘연쇄 살생’은 심각하다. 이런 훼손행위가 잘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인간 위주의 자연개발에 정치적 요소가 개입된 때문이다. 저자는 “현재 북극 지방의 동물들이 직면한 문제는 생물학에 속한 것이 아니라 정치 영역에 속한 것들이 많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저자 윌리엄 프루이트 자신이 정치논리의 희생자이기 때문에 더욱 완강하게 들린다. 생태환경운동가인 그는 1958년 핵폭탄을 터뜨려 소련에 경고도 할 겸 극지방을 개발하자는 ‘알래스카 전차계획’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추방당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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