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딱지 연구 권위자의 `코파기 예찬론`


오스트리아 폐전문의 프리드리히 비스친거 박사는 2004년 코를 후비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건강하고 행복하며 신체적인 균형을 이룬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손가락은 손수건으로는 닦을 수 없는 곳까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코 속이 청결하게 유지되며 코에서 파낸 것을 먹으면 몸의 면역체계가 강화 된다" "현대의학계는 면역력 강화를 위해 매우 복잡한 수단을 동원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코를 후벼 그것을 먹는 행위는 자연적으로 면역체계를 강화시켜 준다"며 코 후비기의 장점을 역설했다.

청결하지 못한 행위로 간주되어 온 코 후비기 예찬론자가 또 있다. 바로 <코파기의 즐거움>(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2005)의 저자 롤랜드 플리켓 (Roland Flicket)이다. 일명 ‘코딱지 연구’ 권위자로 불리는 그는 성 코털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한 뒤 로스앤젤레스에서 코파기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코 풀기에 대한 고찰을 담은 논문 ‘후루룩, 카악, 퇘’를 1989년에 발표했고 현재 모교의 코 고고학과 명예 교수이자 옥스퍼드 코파막파 대학 특별 연구원으로 초빙된 저자의 코딱지 연구의 집결책 <코파기의 즐거움>은 패러디 농담과, 행위자체만으로도 웃음을 주는 연구과정을 담았다.

이집트, 영국, 르네상스, 소련, 미국 등지를 거쳐 역사적 배경과 일화를 통해 코파기 역사를 살펴보고 코파기의 실제 기술, 예술작품과 시, 노래에 나타난 다양한 코파기 형태를 분석했다.

"모나리자가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짓고 뭉크의 `절규`속 사람이 그렇게 절규하는 이유는 모두 코파기 때문이다"(본문 중)

뭉크의 ‘절규’가 코파기 때문이라니! 코파기 예찬론자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우스꽝스러운 주장이다. 책에 따르면 코파기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취미이자 오락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음지의 습관으로 홀대받아왔다. 그러나 자신의 콧구멍을 단 한 번도 후벼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돌아본다면 코파기를 부정하는 행위는 위선이며 가식이다.

이어 ‘마그나카르타, 귀족들의 콧구멍을 사수하다’ 편에서는 영국 윌리엄 국왕에서부터 시작된 코 파기 탄압을 담는다. 강박적으로 코를 후볐던 존 왕은 귀족들의 코 파기 원리를 수호하는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 대헌장)를 승인했다. 이는 코파기에 대한 일차적 해방이었다. 그러나 일부 평민들은 장미전쟁이 일어난 후에야 귀족들과 동등한 코 파기 권리를 누릴 수 있었다.

인권 신장의 역사를 코 파기 행위와 연관지어 해석한 저자의 재치는 ‘코파기 실제편’으로 이어진다. 꺼내기, 뭉치기, 튕기기 3단계 기본기술과 콧물과 코딱지의 형성과정, 코파기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코피의 출혈과 콧병의 원인이 되는 코파기를 ‘저지’ 당해온 일반인들에게 실전코파기 과정은 유머러스하기 짝이 없다.

역사와 철학, 예술을 넘나드는 독특한 패러디가 주는 재미와 당돌함이 돋보인다. 믿거나 말거나, 따라하거나 말거나, 웃고 즐기는 가운데 이 흥미로운 연구와 자료 읽기는 끝난다. 신체일부분의 행위, 지저분함과 금지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코파기를 소재로 한 책의 부제는 ‘손가락 하나로 만나는 해방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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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06-01-13 0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봤던 카툰인데 다시 보니 재미있네요.
독특한 소재의 책들도 참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