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독 : 장 진

출 연 : 유 오성(리철진), 박 진희(화이), 박 인환(오선생), 신 하균

도착 - '북한의 식량난 해결'이라는막중한 임무를 띠고 남파된 대남 공작 요원 리철진. 30년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고정 간첩 오선생과의 접선을 위해 서울로 향하던 그는 남한 사람들과 다름없이 행동하고자 "택시 합승"이라는 걸 한다. 거짓말처럼 기사 빼고 4명이 같은 방향, 같은 고향 사람들이었다. 프로 승객처럼 굴었지만 머리는 나빠도 목표는 분명한 4인조 택시 강도단에게 가지고 온 가방을 통째로 털리고 빈털털이가 되어 낯선 남한 땅에서 표류한다.



접선 -오선생은 접선 장소에서 철진을 기다리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는다. 2차 접선에서 어렵게 만난 그들. 오선생은 철진이 택시 강도를 당했다는 믿을 수 없는 고백을 듣는다. 철저한 이남화 교육을 받고, 특수훈련까지 전수 받은 대남 공작원이 시시껄렁한 강도한데 당하다니.

하지만 리철진은 꽤 진지하고 담백한 놈이며 불의를 당하고도 어쩔 수 없이 나약한, 북에서 온 간첩이 분명하다는 걸 알게 된다.

오선생의 집 -철진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일주일. 남한에서 개발된 슈퍼돼지 유전자의 샘플를 입수해 북으로 가져가는 것이 그의 임무이다. 임무 수행을 위해 일주일 간 오선생의 집에 머물게 된 철진. 대학생인 딸과 고등학생 아들을 두고 부인 김여사와 함께 청소년 상담소를 운영하는 오선생은 먹고 살기 위해 고정간첩이 되었지만 누구나 그렇듯 역시 빚 때문에 사는 것이 조금 고달프다.

서울 오딧세이 -삭막한 남한 사회의 풍토에 눌려 잔뜩 움츠려 있던 철진은 오선생의 딸 화이의 따뜻한 배려로 마음의 문을 연다. 그리고 조금씩 서울 생활의 다양한 면면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전철역 주변의 노숙자, 젊은이들이 활보하는 압구정동 거리가 이상하고, 교통체증으로 혼잡한 도로가 낯설고, 우연히 들어간 은행에서 강도를 때려 눕히고, 현실이 괴로워 택시기사에게 평양가자고 외쳤다가 경찰서 신세도 되고... 그러는 동안 화이는 철진의 순수함에 이끌리고 철진 역시 따뜻하고 매력적인 여인 화이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낀다. 오선생에게 무시당하면서도 자신의 임무 수행은 한치의 어긋남도 있을 수 없다고 믿는 철진. 마침내 철진을 돕기로 결심한 오선생은 그가 당의 지령을 이행할 수 있도록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임무수행에 들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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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니게 간첩을 소재로 했지만, 영화 속에 녹아든 애틋한 로맨스와 질펀한 폭소 그리고 남한 사회에 대한 적절한 풍자가 어우러진 한국영화 걸작. 결국 남북 관계까지 재조명하는 넓은 시각은 이 풍자코미디를 단순히 웃고 잊어버리게 하지 않는다. 연극 무대에서 알아주는 재간꾼인 장진 감독이 만든 두 번째 작품. 데뷔작인 <기막힌 사내들>는 연극 냄새가 강하지만, 역시 재미있는 풍자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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