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 독 : 로버트 저멕키스
출 연 : 조디 포스터(엘리 애로위), 매튜 매커너히(파머 조스), 제임스 우즈(마이클 키츠)
별들의 전쟁이 전혀 나오지 않는 '우주영화'
외계인이 전혀 나오지 않는 '외계인 영화'
엘리는 밤하늘의 수많은 별을 보며 단파 방송에 귀기울이던 소녀... 과학도가 된 그녀는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밝히는 것을 일생의 과제로 삼고, 주변의 따돌림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연구에 몰두하던 그녀는 어느날 50광년 떨어진 베가성으로부터 정체모를 메시지를 받는다.
암호 해독 결과 은하계를 왕래할 수 있는 우주선의 설계도임을 알게 되는데...
마침내 젊은 과학자 엘리는 우주의 블랙홀을 따라 여행하다 우주인과 첫번째로 조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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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후 가장 대중적인 관심을 받았던 과학자중의 한사람인 칼 세이건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것 부터 화제가 되었던 영화이다. 한동안 외계인의 존재를 부인했던 칼 세이건이 이 소설에서는 외계인을 등장 시켰는데 다른 SF 우주 영화에서 다룬 것처럼 위협적인 존재가 아닌 우호적이고 인간보다 훨씬 지적인 존재로 묘사했다는 것도 흥미롭다. 많은 영화들이 과학을 소재로 이용하고 있지만 대부분 사실과는 전혀 무관하거나 거리가 먼 허황된 상상력을 묘사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콘택트>는 천문학자가 쓴 소설을 바탕으로 한 만큼 상당히 과학적 근거에 충실한 영화가 되었는데, 이는 시시한 물리 교과서를 보는 것보다 더많은 도움을 줄 정도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과학 이론과 세트가 완벽하게 사실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조디 포스터가 통과하는 우주로 가는 통로인 웜홀은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가설에 불과한 것일 뿐 실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 효과가 만들어낸 웜홀의 모습을 믿고 싶을 만큼 황홀한 감동을 준다.
외계인과의 접촉(contact)이라는 소재 때문에 거창한 것 같지만 이 영화는 사실 아주 소박한 영화다. 주인공 앨리의 소녀 시절 꿈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성인이 된 앨리의 꿈이 이루어 지는 것으로 끝난다. 외계인과 접촉하는 꿈은 모든 사람의 꿈이 아니고 앨리의 꿈이었다. 외계로 부터 메시지를 오기전까지 아무도 외계인의 존재를 믿지 않았지만 앨리는 아버지가 했던 말, '우주는 지구이말 쓰기엔 공간 낭비'라는 말을 통해 외계인의 존재를 믿어 왔던 것이다. 어린 소녀의 꿈이 이루어지는 그런 소박한 '꿈의 영화'인 셈이다.
<콘택트>가 영화로 되는 데는 17년이란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1979년 이미 칼 세이건 박사는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을 탈고했고, 판권을 사들인 카사블랑카라는 제작사는 시나리오 작업도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구체적인 제작에 관한 이야기는 1993년에 와서야 나왔고, 감독 내정자는 <매드 맥스>의 조지 밀러였다. 주인공 앨리 역은 처음부터 조디 포스터였다. 하지만 제작이 순탄치 않자 조지 밀러는 손을 떼고, 로버트 제멕키스가 후임자로 나섰다. 제멕키스 감독은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뒤를 잇는 최고의 SF 영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영화의 결말을 그가 원하는대로(앨리의 우주행이 확인되지 않는 다소 어중간한 결말)해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이 영화는 내적, 외적으로 성공을 거뒀고, 제맥키스는 특수효과를 가장 휴머니틱하게 다루는 감독이 되었다.
* 사족 : 칼 세이건은 영화가 완성되기 직전인 1996년 12월 운명을 달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