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나는 말이지.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어.니들이 부르는 대로, 그래 걸레지, 걸레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생각하면 못할 게 없어. 니들이 날 강간하지 않는 한, 그러니까 최소한의 예의만 갖춰준다면, 별로 문제될 게 없었어. 그래선 안된다고 말해준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지금의 남편이야. 그 독일놈? 그래, 독일 사람이야. 그 사람이 그러더라구. 당신은 고귀하다. 오, 세상에, 난 그런 얘기 처음 들었어어. (중략)
나는 한국에 돌아오면 너희들이, 한국 사회가 얼마나 변했을까, 잘 적응할 수 있을까,걱정스러웠어. 그런데 와보니까 내가 가장 많이 변했더라. 니들은, 그대로였어. 기분 나쁘지 않지? 그녀ㄱ가 자신의 십년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있을 때, 영수의 머릿속엔 사실, 이제 이 여자와 잠을 자기는 틀려먹었다는 생각만 떠오르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캐럴)-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