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구판절판


데자뷰.
똑같은 일이 그 옛날에도 있었다는 생각이 근다. 그러나 정식이 죽은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마지막이다. 그러니 그랬을리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어쩐지 이일이 처음이 아닌 것만 같다. 나는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빌딩 위에서 빛나는 행성들을 바라본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38쪽

오빠가 돌아왔다. 옆에 못생긴 여자애 하나를 달고서 였다.
(오빠가 돌아왔다.)-43쪽

그때의 나는 말이지.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어.니들이 부르는 대로, 그래 걸레지, 걸레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생각하면 못할 게 없어. 니들이 날 강간하지 않는 한, 그러니까 최소한의 예의만 갖춰준다면, 별로 문제될 게 없었어. 그래선 안된다고 말해준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지금의 남편이야. 그 독일놈? 그래, 독일 사람이야. 그 사람이 그러더라구. 당신은 고귀하다. 오, 세상에, 난 그런 얘기 처음 들었어어. (중략)
나는 한국에 돌아오면 너희들이, 한국 사회가 얼마나 변했을까, 잘 적응할 수 있을까,걱정스러웠어. 그런데 와보니까 내가 가장 많이 변했더라. 니들은, 그대로였어. 기분 나쁘지 않지? 그녀ㄱ가 자신의 십년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있을 때, 영수의 머릿속엔 사실, 이제 이 여자와 잠을 자기는 틀려먹었다는 생각만 떠오르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캐럴)-87쪽

영수는 그 순간 명백히 살의를 품었다. 그랬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녀는 걸어다니느 비디오테이프였다. 그 테이프 속에는 그의 추악한 과거의 악행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녀가 재생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술술술술, 전원이나 배터리 없이도 화면과 음성이 흘러나올 것이다.
(크리스마스 캐럴)-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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