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실상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헤르츠가 30.9라면, 그것은 사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음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겁니다. 여러분께서 한번 상상해 보신다면...
(<미>를 여러번 연주해 보인다.)
... 거의 음이라고 표현할 수도 없는, 그러니까 뭔가 서로 문지를 때 나는 소리 같은, 글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하나의 음이라기보다는, 뭔가 절박한 것도 같이 바람결처럼 그냥 휙 지나가 버리는 소리 같은 거지요.-16쪽
세상 일이 대개 그렇다니까요. 뭐든지 좀 낫다 싶으면, 그것은 결국 시간의 흐름을 역행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금방 모습을 감춰 버리고 마는 겁니다. 그리고 그 흐름이라는 것 앞에서 모든 것들은 마침내 굴복하고 마는거죠. 그때의 경우로 보자면, 자신들에게 맞지 않는다고 무조건 제거해 버린 사람들은 바로 클래식 음악가들이었습니다.-23쪽
콘트라베이스는 인간이 악기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면 있을수록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특이한 악기입니다.-26쪽
여성스러운 악기 가운데 가장 큰 콘트라베이스의 형상에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상상으로 수도 없이 겁탈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징적인 의미에서의 근친 상간적인 폭행은 매번 도덕적인 대혼란을 초래하였고, 그런 비윤리적인 혼란은 베이스 연주자들의 얼굴마다에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습니다.-42쪽
괴테는 자신이 활동하기 전의 문학이 백지장과도 같아서 운이 좋았다는 말을 그간 누차에 걸쳐 했습니다. 운이 좋았다고요. 정말 행운을 등에 지고 태어난 사람이었습니다. 그것을 모차르트는 단 한 번도 시인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점에 있어서 그가 대단히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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