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월 개봉 / 18세 이상 / 106분 / 드라마 / 일본

감 독 : 무라카미 류

출 연: 니카이도 미호(아이), 세마 치에(스도 부인), 아마노 사요코(사키), 카노 텐마이(이시오카)

빛나는 도시의 밤. 초호화 스위트룸
외로운 사람들이 나를 기다린다


'사랑'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22살의 '아이(Ai)'는 도쿄의 SM클럽에서 일하면서 사랑 없이 섹슈얼 판타지에 매달리는 사람들의 공허한 초상을 목격한다. 가죽 코르셋에 하이힐 차림으로 네온이 빛나는 도시를 바라보면서 몇 시간이고 묘한 자세를 취하라고 주문하는 야쿠자 두목이나, 목을 졸라 희열을 맛보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젊은 남자, 최고급 레스토랑의 단골이라는 점을 자랑하고 싶어 못 견디는 졸부 등 그녀가 만나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은밀한 곳에서야 숨겨둔 욕망을 드러내는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들. 트리플 섹스의 파트너로 만나게 된 또 한 사람의 고급 콜걸 '사키'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돈이 많은 사람들, 자랑스럽지 못하게 번 돈 때문에 불안해져 마조히스트가 된 사람들을 상대로 돈을 버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하지만, 알고 보면 그녀도 사람들과 자신에 대한 환멸을 느끼며 마약에 기대어 살아간다.

그러던 중 아이는 몇 달 전에 헤어진 음악가 '스도'의 귀국 소식을 접한다. 유부남인데다가 유명인인 그와 사귀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그를 잊는 일은 더욱 어렵기만 했던 '아이'. 그동안 점술가의 예언이나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토파즈 반지에 연연하며 흔들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던 '아이'는 지구가 파멸한대도 입장을 분명히 하라는 '사키'의 충고에 용기를 얻어 요코하마에 있는 '스도'의 집을 찾아나선다. 낯선 길을 물어물어 찾아간 그곳, '아이'는 불러도 아무 대답이 없는 문 앞에서 사다리를 타고 오르다 넘어지고, 개 짖는 소리에 놀란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가택침입으로 경찰에게 연행될 위기에 처하는데... 남편에게 버림받고 정신이상자가 된 '스도'의 부인이 '아이'를 친구라며 감싸고 나서며 한때 라이벌이었지만 이제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그녀를 구해준다. 소동의 끝, 외딴 놀이터에 혼자 남겨진 '아이'는 그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들의 환영을 만나고 실연의 깊은 상처를 떨쳐버린 듯 도쿄로 돌아가 다시 일을 시작한다.

*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참여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 & 현대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출연

<도쿄 데카당스>는 감독의 유명세에 뒤지지 않는 화려한 스텝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작품. 경쾌하면서도 애잔한 라틴의 선율로 영화의 정서를 세련되게 조율하고 있는 음악은 사카모토 류이치가 맡았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오시마 나기사, 올리버 스톤, 페드로 알모도바르 등 거장 감독들과 작업을 함께 해왔으며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마지막 황제>의 영화음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음악에 대해 조예가 깊은 무라카미 류와 서간집을 낼 정도로 절친한 동갑내기 친구인 그는 <도쿄 데카당스>의 제작소식을 듣고 음악을 기꺼이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에서 실연의 슬픔을 가누지 못하는 주인공 '아이'를 위해 행복해질 수 있는 비결을 알려주는 점술사 역할로 나오는 인물은 바로 세계적인 일본의 현대미술가 쿠사마 야요이. 물방울 무늬를 트레이드 마크로 한 몽환적인 작품으로 유명한 그녀는 2003년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개인전 때 방한하기도 했다.

원작소설과 비교해보는 영화 <도쿄 데카당스>
<도쿄 데카당스>의 원작 소설 토파즈는 SM 클럽에서 일하는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12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작품집. 영화는 그중에서도 표제가 된 "토파즈"와 "자장가" 두 편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두 단편 모두 사랑했던 음악가와 이별한 후 괴로워하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담담한 자기고백과 과거에 대한 회상이 자연스럽게 맞물리고 있으며, SM 플레이에 매달리는 현대인의 고독감과 상실감,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과 권력의 문제를 그렸다.
영화와 소설의 차이점은 주인공 '아이'의 쓸쓸한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다. 영화는 '아이'가 요꼬하마에서 한바탕 소동을 벌인 이후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커다란 작업용 가방을 들고 나서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면서, 그녀에게 다른 비전을 제시해주지 않는 것에 비해 소설은 흐릿하게나마 희망을 암시한다. 영화가 보다 비관적이라면 소설에서는 스스로 '기생충', '벌레'라고 말하는 SM 클럽의 여자들이 '배추흰나비' '연어알' 등으로 표상되는 자유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파즈
11월의 탄생석. 보석말은 우정, 희망, 결백이다. 점술사가 아이에게 말한 것처럼 몸에 지니면 슬픔을 없애며, 지혜를 얻고 용기를 고무시킨다고 전해진다. 고대로부터 아름다움과 건강을 지켜주는 돌로 존중되어 왔으며 고대인들은 토파즈를 숭상하여 금으로 세공해서 지니고 다니면 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이 돌에 구멍을 뚫고 실로 꿰어 왼쪽 가슴에 늘어뜨리면 악마의 관계를 피할 수 있다고 믿었다. 동양에서는 악몽을 쫓고 열정을 침착하게 한다고 여겨왔다.


도쿄 데카당스 미니 사전

SM (Sadism, Masochism)

사디즘(sadism) 이성(異性)을 학대함으로써 성적 쾌락을 느끼게 되는 병적인 심리상태. ↔ 마조히즘 프랑스의 작가 M.de 사드에서 유래된 명칭.

마조히즘(masochism) 이성으로부터 신체적·정신적인 고통을 받음으로써 성적 쾌감을 느끼는 병적인 심리 상태. 오스트리아의 작가 L.R.von 자허마조흐가 이와 같은 성격의 소유자로서 유사 경향의 테마로 작품을 쓴 데서 유래된 명칭.

흔히 남녀간의 성적 행위에서 서로가 가벼운 고통을 주고받거나 함으로써 성적 흥분을 높이는 일이 적지 않으나 사디즘/마조히즘의 경우는 정도가 심한 상태를 말한다. <도쿄 데카당스>에서 나타나듯이 매질 또는 도구를 이용한 폭행 ·상해를 주고받거나, 상대방에게 노예적으로 굴종함으로써 성적 쾌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사디즘/마조히즘은 성목표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공격적이며 고통을 주는 것/받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경향을 가리키기도 한다. 심층심리학의 시조인 프로이트는 모든 생리적 기능에는 사디즘이 숨어 있으며 마조히즘은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사디즘이라는 말을 남겼다. 사디즘과 마조히즘은 사르트르의 실존적인 이론의 바탕에도, 초현실주의의 '블랙유머'의 기반에도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OL : 오피스 레이디(Office Lady)의 줄임말
3P : 트리플 플레이(Triple Paly) 세 사람이 함께 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보슬비 2005-10-15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지 않아서 영화와 책이 어느것이 더 좋은지는 모르겠네요. 암튼.. 영화는... 글쎄 잘 이해하기 힘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