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이란 말, 그것은 내가 지독히 싫어하는 말이다. 그것은 허위에 찬 단어이다. 그것을 들을 때마다 구역질이 난다. -19쪽
정말로 내가 감동하는 책은 다 읽고 나면 그 작가가 친한 친구가 되어 전화를 걸고 싶을 때 언제나 걸 수 DT게 된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하는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30쪽
눈덩이를 만드는 데는 알맞은 눈이었다. 나는 그 눈덩어리를 아무데도 던지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길 건너편에 주차하고 있는 차에다 그 눈을 던지려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곧 마음을 바꿨다. 그 차들은 너무나 하얗고 깨끗했기 때문이다. 다음엔 소화전에다 던지려 했는데, 그것 역시 너무나 하얗고 깨끗했다. -55쪽
더 이상 우물쭈물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나 슬프고 외로왔기 때문이다. -75쪽
그는 대머리를 감추기 위해 머리칼을 한쪽에서 반대쪽으로 빗는 그런 대머리들의 축에 끼는 사람이었다. 나 같으면 그런 수고를 하느니 차라리 대머리로 있을 텐데… -88쪽
문제는 그런 너절한 짓은 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으면 하고 간절하게 소망하고 있으면서도 눈으로 보기에는 매력 있어 보인다는 점이다. -89쪽
내가 싫어하는 일이 한가지 있다면, 그것은 피곤하지도 않은데 잠자리에 드는 일이다. -95쪽
뉴욕은 밤 늦게 거리에서 누군가 크게 웃으면 곧 무시무시한 곳으로 변하고 만다. 사방 몇 마일에까지 울리는 곳이다. 그 소리는 사람을 외롭게 만들고 기가 죽게 만든다. -114쪽
머리가 날아갈 듯이 박수를 치는 저 얼간이들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들은 기회만 있으면 누구든지 망쳐 버리는 존재들이다. -119쪽
돈이란 항상 끝판에 가서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 -156쪽
그것은 밖에 비가 오지 않는데도 밖에는 비가 오고 있으며 나만이 비를 맞지 않는 아늑한 곳에 와 있다는 착각을 주는 냄새였다. -165쪽
아무튼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 데서 조그만 어린애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것을 항상 눈에 그려 본단 말야. 몇 천명의 어린애들만이 있을 뿐 주위에는 어른이라곤 나밖엔 아무도 없어. 나는 까마득한 낭떠러지 옆에 서 있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가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 주는 거지. 애들이란 달릴 때는 저희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런 때 내가 어딘가에서 나타나 가지고 그애를 붙잡아야 하는 거야. 하루 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 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지. -232쪽
이 세상에는 인생의 어느 시기에는 자기 자신의 환경이 도저히 제공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 법인데, 네가 바로 그런 유의 사람이야. 그런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환경이 도저히 자기가 바라는 것을 제공할수 없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단념해 버리는 거야. 실제로 찾으려고 시작도 해보지 않고 단념해 버리는 거야. -250쪽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에 고귀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잇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에 비겁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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