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치는 여자 - 2004 노벨문학상
엘프리데 옐리네크 지음, 이병애 옮김 / 문학동네 / 199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달만에 다 읽었어요.

사실 중간에 4주정도는 여행을 다녀온 후라 읽지 못했으니, 실제로 이 책을 다 읽은건 일주일정도 인것 같네요.

그런데도 참 오랜동아 이 책과 씨름을 한 느낌이라 초반에는 읽기를 관둘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피아노 치는 여자' ...

제목이 무척 근사하다는 생각과 빨간 표지가 무척 마음에 들어서 구입하게 된 책이예요.
그리고, 200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광고를 통해 구입하기도 했구요.
(결과적으로 책장에 꽃혀있는줄 모르고 2권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 )

'피아니스트'라는 제목으로 영화도 개봉했는데, 영화는 아지 보지 못했어요.
(나중에 영화를 보게 되면 코멘트로 어느것이 좋았는지 남겨두겠습니다.)

워낙, 선정적이다... 외설적이다... 라고 자극적인 광고를 해서인지, 호기심에 책을 넘겨보았는데,
덕분에 선입관이 생겨버려 책 읽기가 힘들었어요.

오히려 초반에는 지루해서, 과연 끝까지 읽을수 있을까? 제 자신이 의심스러웠습니다.

들꽃의 이름을 단 에리카...
들꽃은 개인의 소유가 아닌, 야생 그대로... 자연과 함께 있을 때 그 향기와 자태가 아름다운 법입니다.
그러나 너무 오랜 세월 어머니에게 종속되어, 자신을 잃어버린 에리카 코후트.

이 책을 읽었을때 무척 놀랬던것은 코후트 모녀의 관계였어요.

서른이 넘은 딸의 인생을 송두리째 뺏어 자신의 삶의 울타리에 꼭꼭 가둬버린 어머니.
에리카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을때는 서슴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놀라기도 했지만, 더욱 놀라운것은 에리카의 수동적인 행동이었습니다.

그 울타리를 벗어나려고 하면서도, 그 울타리 안에 있음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찾는 그녀의 모습에서 새장 속에 갇혀 사육되는 한마리 새를 보는것 같았습니다.

어머니의 삐뚤어지는 욕망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것이 될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망가뜨리고 부셔버리려는 사디즘 성향과 혼자 있을때 자신에게 고통을 가함으로써 쾌락을 얻는 마조히즘 성향을 갖게 됩니다.

그런 그녀에게 젊고 아름다운 클레머라는 청년이 나타나게 됩니다.

사실, 저는 이 책을 읽기전 대략의 내용을 알고 있었던 터라 그래도 그 둘의 관계가 처음에는 무척 순수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을 여지 없이 무너뜨리더군요.

클레머는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정열적인 청년이 아니더군요.
어찌보면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이 있는 그의 모습에 실망스럽기까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에게 아직도 성장하지 못한 아이같은 모습을 엿보게 됩니다.

그에게 있어 여자란 아직까지 유희의 상대이며, 에리카 역시 선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매력이 있는 한마리 사냥감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사냥꾼이 관례와 달리 총 맞은 채로 도망가게 놓아둔 상처입은 짐승이다. 그저 취미로 사냥을 하러 다니는 사냥꾼은 그의 심장을 적중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클레머는 이제 누구에게나 위험한 존재다!
p308

자신이 사냥군이라고 생각했던 그가, 오히려 사냥감이라고 느꼈을때, 그의 감정은 폭팔하게 됩니다.

클레머만이 상처를 입은것이 아닙니다.
폭력을 원한다고 하지만, 진심으로는 그에게 사랑받기를 원하는 에리카는 그런 그를 통해 상처를 치유 받고 싶어했지만, 손가락에 받혀있던 가시는 뽑히지 않고 혈관을 타고 그녀의 심장을 찌르게 됩니다.

사실, 그녀가 칼을 가지고 클레머에게 가는 동안은 왠지 짜릿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 에리카, 그 칼을 클레머의 심장에 꽂으렴... 그럼 너의 마음은 치유될지 몰라....'

하지만 그녀가 클레머의 심장 대신 자신의 어깨에 칼을 꽂았을때, 그녀의 절망감과 무기력함이 언습해 옴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향하는 그녀의 모습에 배신감과 슬픔이 느껴졌어요.

과연 그녀의 일생은 이렇게 끝이 없는 뫼비우스 띠 처럼 갇혀버려야하는지...
무척 안타까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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