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림에서 인생을 배웠다
한젬마 지음 / 명진출판사 / 2001년 2월
절판


때로, 사랑은 아주 찰나의 순간을 빌어 인간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다. 그 순간 내 마음의 좁은 눈구멍으로 인해 보이지 않던 상대의 존재는 어느덧 자신의 참모습을 되찾고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25쪽

나는 잔인하게도 그의 사랑에 뜻밖의 해후는 없었으면, 하고 바란다. 섬세한 사랑일수록, 그렇게 불꽃 같은 사랑일수록, 잃어버린 사랑의 자리에 시간이 남기고 사라진 풍화의 흔적은 너무 크다. 그 뜻밖의 해후 뒤에 올 허전함을 어쩌겠는가. 사랑이 함께 한 시간만큼이나 추억의 달콤함도 소중할 텐데…
그 추억의 힘으로 그의 마음이 새로운 사랑으로 노저어 갈 수 있기를, 그를 행복하게 하는 추억만큼은 훼손되지 않기를, 그 안에서 그가 오래도록 행복하기를 나는 바랐다.
-37쪽

사랑이란 하루종일 땡볕이 들다가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처럼, 내내 우중충하다가 비치는 햇살처럼 왔다가 떠나가기 마련이다. 단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은 사랑의 흔적뿐이다. 그 흔적을 추억이라고 우리는 부른다.
-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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