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잔인하게도 그의 사랑에 뜻밖의 해후는 없었으면, 하고 바란다. 섬세한 사랑일수록, 그렇게 불꽃 같은 사랑일수록, 잃어버린 사랑의 자리에 시간이 남기고 사라진 풍화의 흔적은 너무 크다. 그 뜻밖의 해후 뒤에 올 허전함을 어쩌겠는가. 사랑이 함께 한 시간만큼이나 추억의 달콤함도 소중할 텐데…
그 추억의 힘으로 그의 마음이 새로운 사랑으로 노저어 갈 수 있기를, 그를 행복하게 하는 추억만큼은 훼손되지 않기를, 그 안에서 그가 오래도록 행복하기를 나는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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