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4.22 개봉 / 18세 이상 / 82분 / 드라마 / 한국

감 독 : 김 기덕

출 연 : 서 정(희진), 김 유석(현식), 서 원(다방 아가씨), 조 재현(망치), 장 항선(중년)



그곳에 아름답지만, 위험한 그녀가 있다.숲속의 외진 길을 지나야 다가갈 수 있는 <섬> 낚시터. 세상과 격리된 듯한 을씨년스러움과 몽환적 분위기를 간직한 낚시터의 주인인 희진은 낚시꾼들에게 식.음료를 팔고 때로는 몸을 팔면서 살아간다.어느 날,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애인을 살해한 전직경찰 현식이 낚시터로 찾아든다.

희진은 우연히 현식이 수배중인 사실을 알게 되고, 현식은 고뇌 끝에 권총으로 자살을 시도하지만 희진은 좌대밑으로 잠수하여 현식의 허벅지를 송곳으로 찔러 자살을 막는다. 이 일을 계기로 그들 사이엔 묘한 감정이 생긴다.낚시터에 검문을 온 경찰들이 들이 닥치고 마침 그 낚시터에 은둔 중이던 또 다른 수배자 하나가 도주하다가 경찰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는다. 그 광경을 목격한 현식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상황을 참지 못한 현식은 낚시바늘을 입에 넣고 자해를 시도하는데...



그 광경을 목격한 희진은 경악한다. 희진은 경찰들을 따돌리고 현식을 구하고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던 현식은 그녀와 처음으로 정사를 나눈다. 희진의 섹스는 현식에게 있어 불안과 육체적 고통을 잊게 해주는 마약 같은 것이었다.



그날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진 그들은 물놀이와 철사공예를 하며 한 때를 보내지만 현식은 낚시터의 고립감을 견디지 못하고 떠날 결심을 한다. 그러나 현식이 깨달은 것은 희진을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이다. 그들은 서로의 미끼에 걸려든 물고기와 같은 존재가 되버린것이다. 그들의 파국은...



*

프랑소와 트뤼포의 이론에 의거한다면 김기덕 감독은 분명 작가 감독이다. <섬>이전 까지 3편의 영화를 완성했을 뿐이지만 한국의 그 어떤 감독보다도 분명한 자기 색깔과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소중한 자작 시나리오 감독이다.



또한 영화속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어느 정도 일관된 정서를 지니고 있다는 점도 있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유보되어 있으며 섣불리 찬반을 표할수 없기도 하다.<섬>은 세상과 인간으로 부터 의도적으로 고립되어 가는 여자와 남자 사이의 묘한 관계를 그리고 있다. 파격적인 사랑과 엽기적인 장면, 설명하기를 거부하는 스토리 전개등 한마디로 그로테스크하다.



<섬>에 나오는 가학과 피학의 모습들은 끔찍할 정도로 잔인하지만 그만큼 슬프다. 아내의 사랑과 존재를 제거한 남자(현식)의 상실감과 말과 삶의 굴곡을 잃어버린 여자(희진)의 상실감은 비록 같은 이름의 상실이지만 그들은 무엇에 의해서도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김기덕 감독은 남녀간의 서로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곧 사랑에 대한 비관론이에 닿아 있다. 이해하지 못하는데 사랑이 가능한가라고 물어 본다. 그에 대한 대답으로 그는 이해나 사랑없는 섹스를 종종 보여준다.<섬>의 마지막엔 에필로그가 등장한다. 강 한가운데 떠 있는 나룻배에 누워 있는 나체의 희진과 역시 강 한복판에서 무성한 풀숲을 헤매는 현식의 모습이 보인다. 적어도 이 장면만은 페미니스트들의 화살이 미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여성과 남성을 나누는 단칼같은 이분법이 여성 희진에게 평화를, 남성 현식에게는 방황을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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