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09.05 개봉 / 18세 이상 / 104분 / 코미디,공포,액션 / 미국

감 독 : 로버트 로드리게즈
출 연 : 조지 클루니(세스 게코), 쿠엔틴 타란티노(리치 게코), 하비 케이틀(제콥 목사), 줄리엣 루이스(케이트),
셀마 헤이엑(판데모니엄)

세상에서 가장 악랄한 무법자 형제와 목사가족이 멕시코 국경으로 향하고 있다. '자유'를 향해 질주하는 그들을 가로막는 건 오직 황혼에서 새벽까지 11시간 남짓. 그러나 그 하룻밤이 그런 지옥같은 밤이 될줄이야...
세스와 리치, 게코 형제는 탈옥후 은행을 털어 도주하고 있다. CNN은 공개수배하였고 FBI와 전 텍사스 경찰이 그들의 뒤를 쫓고 있다.
정오무렵. 지도를 구하기 위해 들어간 가게에서 또다시 인질극이 벌어진다. 그러나 "점원이 경찰에게 살려 달라고 신호를 보냈다."라고 리치가 우기는 바람에 가게는 결국 폭발되고 만다. 형 세스는 "진짜 프로는 이유없이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고 동생을 나무라지만 희생자의 수는 이미 18명이나 되었다. 어쨌든 그들은 지도를 구했고 인질로 잡은 은행여직원을 트렁크에 구겨 넣은채 탈주를 계속한다.
오후 3시. 잠시 모텔에 들르지만 동생 리치는 또 여자 인질을 죽이고 만다. 어쩔수 없이 다른 인질이 필요해진 그들은 마침 캠핑카를 타고 온 목사와 그의 딸, 아들을 인질로 잡는다.
오후 5시. 게코 형제와 목사가족을 태운 캠핑카는 리치를 기절시키고서야 케이트의 당돌한 연기 덕분에 무사히 국경을 넘는다. 이제 게코 형제를 은신처인 엘레이로 인도해줄 동료, 카를로스를 만나기 위한 랑데뷰 장소를 향해 간다.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채...

황혼무렵. 그들이 도착한 곳은 황혼에서 새벽까지 운영하는 아즈텍 풍의 한 스트립 클럽. 온갖 험한 사내들이 싸움판을 벌이고 반라의 무희들이 춤판을 벌이는 이곳(Titty Twister-비틀린 젖꼭지 클럽)에서 마시고 즐기다가 새벽에 클럽이 다시 빗장을 열때 카를로스를 만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다.
둘러앉아 위스키의 축배를 들 즈음, 한 남자가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경배하라. 경배하라!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여왕 판데모니엄에게!!" 이윽고 흰 비단구렁이를 몸에 감고 선 흑발의 미녀가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카리스마로 무대를 휘젖는 고혹적인 춤을 선보인다. 모두의 넋이 빠져나갈 즈음, 시비로 인해 칼에 찔린 리치의 손에서 흐르는 피 냄새가 퍼져 나아가자... 순간, 이 아즈텍의 여신을 닮은 무희 판데모니엄이 서서히 뱀파이어로 변해간다!! 그리고 어디선가 흉흉한 소리를 내며 박쥐들이 날아드는데...
과연 이들은 다음날 새벽까지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인가?

*
영화악동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90년대 '영화의 새물결' 쿠엔틴 타란티노가 만나면? 뭔가 화끈하고 새로운 재미가 나올 거란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장르 혼합과 영화적 장난끼의 극한을 추구한 결과가 황당해서 당황하는 관객도 없지 않을 듯. 이 영화의 스토리에는 역시 쿠엔틴 타란티노의 입김이 작용했는데, 그는 관객들에게 쉬지 않고 몰아치는 재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래도 영화는 크게 몇 부분으로 나뉜다. 도주중인 은행 강도가 목사의 가족을 납치하여 멕시코 국경을 넘으려고 한다. 여기까지는 액션 스릴러. 목사 가족은 목사와 동양인 아들과 서양인 딸, 이렇게 셋. 목사는 스스로가 신앙에 대한 신념이 흔들리는 중이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가족 드라마다. 은행강도는 목사가족과 함께 하룻밤 묵으려고 요란번쩍한 술집에 들어간다. 그리고 거기서 벌어지는 유혈 낭자하고 개그섞인 뱀파이어들과의 한판승. 이처럼 영화의 나머지는 난데없는 코믹 호러(공포영화)가 된다.
이처럼 여러 장르가 뒤섞여 있지만, 고민없이 본다면 의외의 재미도 만끽할 수 있을 듯. 다만 비디오 출시판은 자극적인 요소를 미리 제거한 다음이라 재미가 덜 할 수도 있다. 특히 뱀파이어가 등장해서 벌어지는 잔인한 코미디는 사람의 신체를 희롱하는 장면이 많아선지 짤린 티가 역력하다. 어쨌든 이 영화와 <데드 얼라이브>는 원판으로 볼 필요가 있으며, 두려움 대신에 낄낄대는 웃음끼로 바뀐 공포영화 흐름의 최정상을 대표한다. 즉 더이상 공포스럽게 만들기보다는 차라리 피범벅과 사지절단을 장난스럽게 다루며 노련한 관객들을 웃기는 것이다. 따라서 아직도 순진한 영화보기를 고수하는 순수 관객들에겐 극히 유해할 수도 있으니, 각별히 주의요망!

관객 일각에선 주인공 세스 역의 조지 클루니가 여전히 유들유들함이 지나쳐 느끼하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의 카리스마적인 리더십과 의외로 날씬한 체격에 매력을 느끼는 듯하다. 과연 액션도 액션이지만, 그의 말빨은 대단하다. 또한 이제는 영화 감독보다는 배우로서 더 재미를 보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제법 연기다운 연기를 선보였다. 결국 싸이코답게 남의 말을 제멋대로 듣거나 환상에 빠지더니, '예쁜 여자 밝힘증' 때문에 죽고 만다. 이런 연기톤은 원래 스티브 부세미의 전공인데, 그를 모방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라틴 아메리카 출신의 셀마 헤이엑은 더 말할 나위 없는 이 시대 글래머의 대명사. 무희의 여왕 '판데모니엄'의 쇼를 그녀만큼 아찔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배우는 흔치 않다. 그런데 그 놀라운 몸매는 그대로인 채, 얼굴만 '못생긴' 뱀파이어 얼굴로 변하는 것은 엽기 그 자체!
그외 눈에 띄는 조연은 치치 마린. 그는 '비틀린 젖꼭지 클럽'에서 걸쭉한 입담의 안내원, 보디 가드, 그리고 카를로스 등 1인 3역을 아무렇지 않게 해냈다. 또한 '섹스 머신'의 톰 사비니는 공포영화의 특수효과맨으로도 잘 알려진 배우이다. 그는 코믹한 '권총'으로 웃기며, 뱀파이어와의 대결에서 맹활약한다. 그와 힘을 합치던 프로스트 역의 프레드 윌리엄슨 역시 B급 액션배우인데, 이 영화에선 담배 하나 꼬나물고 베트남전의 경험담(믿거나 말거나!)을 구라치다가 당한다.
* 사족 - 영화의 배경은 텍사스와 멕시코이지만, 실제 촬영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란 사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