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水巖 > 이런 책 - 카프카의 '프라하의 이방인'
|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경계인' |
카프카 프라하의 이방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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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스 바겐바흐 지음/전영애 옮김/한길사/1만2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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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는 근본적으로 늘 ‘혼자’였습니다. 함께했던 그 모든 것들은 그저 주변의 풍경에 불과했고, 나무 울타리처럼 멀찍이 서 있을 뿐이었으니까요.”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프란츠 카프카가 창조한 ‘빨간 피터’는 이렇게 말한다. 이는 카프카 자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삶과 문학이 뿌리를 둔 프라하에서도, 가족 공간에서도 카프카는 이방인이었다. ‘고독한 원의 고독한 중심’, 이것이야말로 주변 세계 속에서 카프카의 위치였다.
‘카프카, 프라하의 이방인’은 불안과 소외를 그린 카프카의 작품, 그것을 형성한 카프카의 삶과 내면세계로 안내하는 책이다. 지은이 클라우스 바겐바흐는 카프카에 관한 책을 여러 권 펴낸 독일 출판인이다. 또 다른 책 ‘카프카의 프라하’(열린책들)는 지난해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다.
어디에도 진정으로 속하지 못했던 카프카는 고독과 공동체의 경계에 머물렀다. 그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유대인으로, 체코와 독일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다. 그는 가족 공간에서도 겉도는 존재였다. 경계에 서 있었기에 두 세계를 모두 조망할 수 있었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관찰’ ‘판결’ ‘변신’ ‘성’ ‘소송’ 등 그의 작품에는 내면의 고독과 불안이 메마른 언어로 그려진다.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여 있고, 뚜렷한 결론도 없다. 꽉 막힌 삶의 모습이 형상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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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는 자유롭게 놓아주지 않는다. 이 작은 어머니는 맹수의 발톱을 가지고 있다.” 19세의 카프카는 이렇게 썼다. 카프카는 프라하를 벗어나고 싶어했지만 몇 차례의 여행과 말년의 요양 기간을 제외하면 프라하를 떠나지 못했다. 1883년 태어나 1924년 폐결핵으로 짧은 일생을 마칠 때까지 41년간 줄곧 프라하에서 살았다. “비상한 주제, 투명하게 구성된 서늘하고 말수 적은 언어 그리고 그것의 독특한 순수 지향성은 프라하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의 문학 전반에 흐르고 있는 것은 프라하에 사는 독일인들의 섬사람 같은 폐쇄성이었다.”
카프카는 문학만을 위해 살았다. 삶과 문학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경우, 그는 생을 부정하고 싶어하지는 않으면서도 언제나 문학 쪽으로 결단을 내렸다. “제가 글쓰기, 그리고 그것과 연관된 일을 하지 않고도 행복한 적이 도대체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그런 적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바로 저는 조금도 쓸 능력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아직 채 진행되지 않았을 뿐 즉시 무너져버릴 겁니다. 왜냐하면 쓰고 싶은 그리움은 어디서나 과도한 무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보연 기자 /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