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4.28 개봉 / 15세 이상 / 115분 / 드라마 / 한국

감 독 : 송 해성

출 연 :  최 민식(이강재), 장 백지(파이란), 손 병호(용식), 공 형진(경수)



세상은 날 삼류라 하고,이 여자는 날 사랑이라 한다...

동네 오락실 한 구석, 담배하나 꼬나물고 괜한 공갈만 일삼는 사내. 뒷골목 동기인 친구는 어엿한 조직의 보스가 돼있지만 그에게 떨어진 건 작은 비디오가게 하나 뿐. 덕지덕지 달린 눈꼽에 벌겋게 충혈된 눈. 그런 그의 눈이 반짝 빛을 발하는 건 정신없이 돌아가는 오락기 앞에서 뿐이다. 그래서 그는 그냥 건달도 아닌 삼류건달이다. 어느 날, 우연찮은 사건에 휘말려 조직의 보스와 인생을 건 계약을 하게 되는 강재. 꿈에 그리던 금의환향을 위해 그는 어려운 결심을 하게 되는데... 그런 그에게 영문 모를 한 통의 편지가 날아든다.

" 강재씨... 고맙습니다. 강재씨 덕분에 한국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여기 사람들 모두 친절합니다. 그치만 가장 친절한 건 당신입니다. 나와 결혼해 주셨으니까요..." 결혼... 아내... 파이란...? 인간 이강재에게도 아내가 있었다. 돈 몇 푼에 위장결혼을 해 준 기억이 떠오르는 강재. 한 장의 편지에서 전해지는 낯모를 따스함은 강재를 낯선 인연의 자락과 마주하게 하는데...



*

미성년자에게 성인 영화를 빌려줬다가 구류나 살고, 인형 뽑기 게임에 목숨을 걸고, 곧죽어도 똥품은 부리고 마는 3류 건달과 연변에서 건너온 순수한 처녀와의 조심스런 사랑 이야기. 그러나 가슴 아프게도 두 사람은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다. <파이란>은 일본 영화 <철도원>의 동명 원작 소설을 쓴 아사다 지로의 <철도원>중 <러브레터>라는 단편을 각색하여 영화화 한 작품이다. 여린 마음을 가진 건달 강재 역은 설명이 필요없는 명배우인 최민식이 완벽하게 연기하였고, 그의 마음을 조용히 흔드는 연변 처녀는 <십이야>와 <성원>에 출연한 홍콩 출신 배우 장백지가 한국까지 날아와서 출연하였다. 최민식은 다년간 연극 무대에 섰던 경험을 바탕으로 선이 굵고 박력있는 연기를 보여주는데 이 영화에서 그가 마지막에 연기한 오열하는 모습은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명연이었다.

송해성 감독은 이 영화 이전 <카라>를 연출한 이력을 가지고 있지만 <카라>라는 영화와 이 영화가 같은 감독의 작품인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두 영화는 그야말로 완전한 수준 차이를 보여준다. 연변 조선족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위장 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경제입국하는 사회적 문제를 소재로 삼긴 했지만 사회성을 담은 영화는 아니다. 그것은 극적 설정을 위한 장치일 뿐이다. 하지만 그 설정 때문에 강재와 파이란의 얼굴 한번 마주하지 못한 사랑이 더욱 아쉬운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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