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12.11 개봉 / 18세 이상 / 100분 / 드라마,에로,멜로 / 한국

감 독 : 정 지우

출 연 : 최 민식(서민기), 전 도연(최보라), 주 진모(김일범),



남편 서민기

가슴이 저릿해 오는 연애소설을 읽을 때의 한가로움, 예쁜 아내와 사랑스런 딸과 함께 나누는 단란한 저녁식사. 그 정도의 소박한 행복을 꿈꾸는 평범한 남자. 그러나 실직으로 상처받고, 아내의 불륜으로 고통에 휩싸인다.

아내 최보라

삶의 열정과 에너지가 충만한 커리어우먼, 남편과 아이도 소중하지만 첫사랑이었던 옛 애인과의 격렬한 사랑에서 행복을 느낀다. 어느 쪽도 버리지 못하고 열정과 불안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던 그녀는 남편의 의심, 애인의 집착이 커지고 있음을 느끼며 마음을 정리하려고 한다.

정부 김일범

눈부셨던 스무 살 시절을 함께 보냈던 첫사랑 최보라를 다시 만난 후, 그녀와의 두 번째 이별을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된 남자. 다른 사람의 아내인 그녀를 온전히 소유하고 싶은 욕망, 그녀가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은 그의 마음에 강한 집착을 키운다.

서로 다른 해피 엔딩을 꿈꾸는 세 사람

그들의 애정, 집착, 살의의 삼각관계는 예측하지 못한 엔딩을 향해 치닫는다.



*

실직한 무능한 남편, 사회적으로 성공한 아내, 그리고 그녀의 연인. 끝이 보이지 않는 불륜관계는 결국 치정 살인극으로 결론 지어진다. 그런데 '해피 엔드'라니! 영화가 주제를 전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중 하나는 역설법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내가 애인을 만나기 위해 자신의 갓난 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남편은 아내를 응징하는 방법으로 주저없이 살인을 택하는 이 영화에는 단하나의 '해피'한 무엇도 없다. 하지만 최보라의 욕망이나 서민기의 판단을 쉽게 매도하지 못하는 것 또한 관객이 가질수 밖에 없는 언해피한 해피 엔드인 것이다.



경제적 현실 때문에 가정 내의 성 역할이 바뀌고, 여성의 사회 진출과 욕구가 커져 가는 현실등 20세기 후반에 있는 한국의 모습을 정교하게 잡아 내었다. 감독 정지우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혼란에 빠진 주인공들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거나 도덕적으로 단죄하고 싶진 않다. 단지 새로운 세기를 눈앞에 둔 기대와 흥분이 넘쳐나는 서울의 한 귀퉁이에 선 그들의 서로 다른 욕망과 이기심이 충돌하고 갈등하는 그 내면 풍경을 사실 그대로 드러내고자 한다.' 그러나 이런 감독의 의도가 영화속에 정확히 노출되어 있는 건 아니다. 최보라의 도덕적 해이는 서민기에 의해 단죄되었으며, 서민기의 치밀한 계획과 행동은 논리성을 가지고 있다. 서민기와 김일범이 겪는 갈등은 충분한 공감을 이끌어 내지만 우리는 왜 최보라가 그렇게 방황하고 갈등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녀는 양심의 가책과 욕망의 발산 사이에서 방황하지 조차 않는다. 메인 캐릭터에게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그건 실패할수 밖에 없지만 이 영화는 다른 뛰어난 장점을 가진 덕분에 비교적 우호적인 평가를 받았다.



또한 톱스타 전도연의 과감한 누드와 적나라한 섹스 연기가 화제가 되어 극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전도연의 몸보다 최민식의 연기에 눈이 가게 된다. 은행원이라는 역할에 맞게 세심함이나 소심함 등의 특징을 갖추었으며, 냉정하게 일처리하는 모습은 완벽하게 캐릭터를 구사하였다. 그밖에 의상(최보라의 도발적이고 활동적인 의상, 서민기의 반듯하지만 어두운 수트, 김일범의 자유스럽고 형식없는 캐주얼)이나 소품,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까지 아우르는 클래식을 담은 음악 등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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