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찾는 것은 우리의 운명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천재의 말을 들은 척 않았었다. 술기운을 벌어 천재가 허세를 내보인다는 인사이 우선했겠지만, 진실을 마주할 때의 고통을 피하려는 욕망이 더 크게 작용했었다. (마릴리 몬로) -24-25쪽
두려움과 혼란이 사라지면 사랑도 사라져요. 낯선 일들이 지나가면, 누구와 엮어도 다를 바 없는 메마른 관계의 해골만 남게 되죠 (낙원빌라) -64쪽
왜냐고요? 어린아이에게 왜 태어났느냐고 물어보세요. 그리고 들판에 핀 꽃들에게 왜 피었느냐고 물어보세요. 태양에게 왜 빛나느냐고 물어보세요. 나는 당신을 사랑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거예요. (그 여자의 사랑 방식) -104쪽
"제대로 못 살 것 같으면 차라리 죽여주는 게 동물적인 모성이라는 말이야. 힘들게 예정돼 있는 삶을 차마 줄 수 없기 때문에 새끼들을 죽이는 거라구." "그거야 어미들 생각이죠." (중략) "혹시 알아요? 그 새끼들은 그렇게라도 살아 남고 싶었는지. 아무리 어미라고 해도 죽고 사는 문제를 혼자 마음대로 결정하는 건 불공평한 거 아녜요?" "새끼들이 세상에 대해 뭘 알겠니." "왜 모른다고 생각하죠? 다른 것도 아니고, 자기 목숨에 관한건데?"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반드시 좋다는 법은 없어. 사는 것도 힘든 일이야." (내가 살았던 집) -121쪽
썩은 것을 골라내면서 그녀는 사과 역시 자기들끼리 닿아 있는 부분에서부터 썩기 시작한다는 걸 알았다. 가까이 닿을수록 더욱 많은 욕망이 생기고 결국 속으로 썩어 문드러지는 모양이 사람의 집착과 비슷했다. (내가 살았던 집) -137쪽
꿈이란 참 이상한 거야.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꼭 그렇게 되어보고 싶거든. 그것 때문에 인생이 일그러지고 깨질 게 뻔하더라도 말야. 힘들고 재미없는 때에도 그 꿈을 생각하면 조금 위안을 얻어. 이루어지건 안 이루어지건 꿈이 있다는 건 쉬어 갈 의자를 하나 갖고 있는 일 같아. (내가 살았던 집) -145쪽
조화? 생명이 있는 것들은 모두 선과 악을 가지고 있어. 왜 식물만이 조화롭고 선량한 생명을 갖고 있을 거라고 믿니? 쐐기풀처럼 촘촘히 뿌리 그물로 온 산을 악착같이 점령해 버리는 것도 있고 아카시아처럼 햇빛을 독차지하는 나무나, 그 큰 나무에게 빼앗긴 햇빛을 되찾기 위해 나무를 타고 올라 결국 굶겨 죽이는 교살무화가 같은 식물도 있어. 다른 나뭇 가지에 자기 뿌리를 내리고 열매까지 맺는 겨우살이도 있잖니. 모든 생명은 경쟁해. 식물도 마찬가지야. (그레텔은 다시 그 집에 갔을까?) -199-200쪽
라틴어에서 진실의 반대어는 허위가 아니라 망각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버스 전용 차선) -268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