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1 (양장) - 심장을 적출하는 나가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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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막내딸인 꿈은 다른 네 언니와는 전혀 다르다. 꿈은 가장 밤다운 것이지만 동시에 밤과는 정반대 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밤은 감추고 숨기고 덮지만 꿈은 드러내고 발견하고 열어보이며, 그러한 꿈의 성질은 공교롭게도 낮을 닮아있다. 그러나 밝은 낮에는 볼 수 없고 암흑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꿈의 성질은, 별과 마찬가지로, 그 본성이 밤에 속함을 증명한다.
-41쪽

지금껏 구체화되지 않았던 증오가 바로 어제 살의로 바뀌었단 니름인가. 뭐, 좋아. 언제나 잔을 넘치게 하는 건 마지막 한 방울이니까.

-81쪽

"그렇게 내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미안하지만 내가 줄 것은 하나밖에 없소. 비형. 당신은 모든 나가들이 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소."
"권리? 무슨 권리 말입니까?"
"나를 죽이려 시도할 권리."
(중략)
"그렇다면 당신도 죽고 싶지 않다는 말이잖아요! 나가들도 그럴 겁니다. 죽고 싶지 않을 거라고요. 당신 자신도 원하지 않는 일을 왜 남에게 하는 겁니까?"
"그들도 죽고 싶어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예?"
(중략)
"그들이 그것을 원하지 않기에 하는 거요."
-104-105쪽

다른 사람의 슬픔을 느끼면 당신이 죽소.
-361쪽

"네 마리의 형제 새가 있소. 네 형제의 식성은 모두 달랐소. 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 독약을 마시는 새, 그리고 눈물을 마시는 새가 있었소. 그중 가장 오래 사는 것은 피를 마시는 새요. 가장 빨리 죽는 새는 뭐겠소?"
"독약을 마시는 새!"
"눈물을 마시는 새요."
(중략)
"그렇소. 피를 마시는 새가 가장 오래 사는건, 몸 밖으로 절대로 흘리고 싶어하지 않는 귀중한 것을 마시기 때문이지. 반대로 눈물을 몸 밖으로 흘려보내는 거요. 얼마나 몸에 해로우면 몸 밖으로 흘려보내겠소? 그런 해로운 것을 마시면 오래 못 사는 것이 당연하오. 하지만."
"하지만?"
"눈물을 마시는 새가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고 하더군."
-366쪽

"피를 마시는 새가 가장 오래 살지. 누구도 내놓고 싶지 않은 귀중한 것을 마시니. 하지만 그 피비린내 때문에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아."
-368쪽

"왕은 눈물을 마시는 새요. 가장 화려하고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빨리 죽소."
"왕이 다른 사람의 눈물을 마시는 사람인가요?"
-430쪽

"흔히들 그렇게 말하지. 키탈저 사냥꾼들에게 사과해야만 왕이 돌아올 수 있는데, 사과를 받아야 할 키탈저 사냥꾼이 없기 때문에 왕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고. 하지만 키탈저 사냥꾼이 남아 있더라도 그건 여전히 말이 안 되는 저주요. 그 저주를 보시오. 키탈저 사냥꾼에게 사과해야만 왕이 돌아올 수 있소. 그런데 키탈저 사냥꾼들에게 사과할 사람은 왕밖에 없소. 앞뒤가 맞지 않잖소."
(중략)
"키탈저 사냥꾼들은 모순에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었소. 그래서 그들은 누군가를 저주할 때 항상 모순 형태로 저주했소."
-480쪽

"이제 백일몽에서 깰 때가 되었소. 황혼의 빛이 따스해 보이더라도 현명한 자라면 그 속에 배어 있는 냉기를 느낄 수 있을 거요. 차가운 밤을 대비하시오."
-5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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