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카프카 (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 / 2003년 7월
구판절판


그 소녀와 나 사이에는 적어도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나는 그것에 생각이 미친다. 그래, 우리는 둘 다 이 세계에서 이미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상대를 사랑하고 있는거야.

-28쪽

"누구나 사랑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결여된 일부를 찾고 있기 때문이지.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다소의 차이는 있을망정 언제나 애절한 마음이 되는 거야. 아주 먼 옛날에 잃어버린 그리운 방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은 기분이 되는 거지. 당연한 일이야. 그런 기분은 네가 발명한 게 아니야. 그러니까 특허 신청 같은 것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133쪽

"그 배낭은 네게는 틀림없이 자유의 상징 같은 것이겠군?" 하고 오시마 상이 말한다.
"아마도"하고 나는 말한다.
"자유의 상징을 손에 넣고 있는 것은 자유로움 그 자체를 손에 넣은 것보다 행복한 일일지도 몰라."
"때로는" 하고 나는 말한다.
"때로는"하고 그는 반복한다. "만일 이 세계 어딘가에 <짧게 대답하기 대회> 같은 것이 있으면, 넌 틀림없이 우승할 거야."
"어쩌면."
"어쩌면"하고 오시마 상은 황당하다는 듯이 말한다.
-167쪽

"나카다는 오래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나카다에게는 추억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사에키 상이 말씀하시는 ‘괴롭다’고 하는 마음을 나카다는 잘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나카다가 생각하기에는 아무리 그것이 괴롭다 해도 사에키 상은 그 추억을 잃어버리고 싶지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네"하고 사에키 상은 말했다. "그래요. 그것을 끌어안고 사는 것이 아무리 괴로워도 살아있는 한 저는 그 기억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요. 그것이 제가 살아왔다는 유일한 의미이고 증거니까요."
-311쪽

어머니, 하고 너는 말한다. 나는 어머니를 용서하겠습니다. 그러자 네 마음 속에서 얼어붙어 있던 무엇인가가 소리를 낸다.-4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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