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한 V양 사건 버지니아 울프 전집 10
버지니아 울프 지음, 한국버지니아울프학회 옮김 / 솔출판사 / 2003년 8월
절판


번역은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창문을 열어주는 일, 속에 들어 있는 알맹이를 먹을 수 있도록 딱딱한 껍질을 깨부숴주는 일, 가장 성스러운 곳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커튼을 젖혀주는 일,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우물 뚜껑을 치워주는 일.-9쪽

‘눈물’
올리버가 진주를 보며 말했다.

‘심장의 피!"
그는 또 루비를 보며 말했다.

"화약!"
다이아몬드가 타오를 듯 반짝이도록 흔들며 계속 말을 이었다.
"메이페어를 하늘 높이, 높이, 높이 폭발시킬수 있을 만큼의 폭약."

(공작부인과 보석상)-48 쪽

‘아름다움, - 들판에, 유리창 위에, 하늘에 있는 그 아름다움을 나는 잡을 수가 없어, 가질수가 없어 – 이렇게 열렬히 동경하는 그것을 갖기 위해서라면 이 세상이라도 다 내놓겠는데.’

(존재의 순간들)-59쪽

젊은이다운 조급한 충동으로 그들은 스스로를 가망없는 인간들로 규정했고, 오랜 감금 생활이 그들을 외적으로 내적으로 완전히 타락시켰기 때문에 자유를 향한 그들의 모든 노력은 헛된 것이라고 단정했다.

(필리스와 로자먼드)-88 쪽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녀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나는 무슨 역할에 적합한가? 나는 두 세계를 다 비판하면서 그 둘 중의 어느 것도 내가 원하는 것을 주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지 않은가? 그녀는 너무나 우울했기 때문에 동생에게도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의 발작적인 정직함은 누구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것 조차 아무 소용이 없다는 느낌을 주었다. 무언가 할 수 있다면 스스로 하는 수밖엔 없었다.

(필리스와 로자먼드)-94 쪽

군중 속에서 외톨이인 자신을 발견할 때보다 더한 외로움이 없다는 물은 진부한 말이다.

(불가사의한 V양 사건)-95쪽

샐리아. 그래… 나는 그녀를 본다, 그리고는 보지 못한다.
내가 사상을 해볼 수 없는 순간이 있다. 다른 사람의 삶에는 항상 우리를 제외시키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 순간에 대한 것은 그 이후의 결과에 의해 알 수 있을 뿐이다.

(동감)-210 쪽

일식이 그런 것 처럼, 그 어둠이 지나는 동안, 색채는 사라지고, 나무들도 종잇장처럼 납빛으로 보인다. 차가운 산들바람이 느껴지고 자동차의 소음은 멀리서 들리는 것 같다. 그러고는, 잠시 후에 거리는 메워지고, 소리도 뒤섞인다. 그리고 내가 아직도 창백한 나무들을 보노라면 나무는 이제 파수꾼이 되고 안내자가 된다. 하늘은 부드러운 배경을 만들어준다. 하늘은 새벽빛 속 산 정상 저위로 치솟은 듯 모든 것을 멀어 보이게 한다. 죽음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동감)-221쪽

그는 죽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나에게는 아무런 느낌을 주지 않는다. 끔찍해! 끔찍해! 그렇게 무심하다니! 그가 앉았던 노란 안락의자는 닳긴 했지만 아직도 견고하게 우리 모두보다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동감)-223-224 쪽

서늘한 땅속으로 스며드는 그 가냘프고 투명한, 내가 찾는 빛줄기는 언제나 유리창 너머에서 타고 있었다. 죽음은 유리창이었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고 있었다.

(유령의 집)
-25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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