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번리의 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클레어 지퍼트.조디 리 그림, 김경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2월
품절


앤은 낮은 한숨 소리를 얼른 삼켜 버렸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다이애나와는 변함없이 절친한 친구였지만, 상상의 세계 속에 빠져 들면 언제나 혼자여야 한다는 사실을 앤은 이미 오래 전에 터득했다. 상상에 사로잡히는 것은 가장 친한 친구조차 함께 할수 없는 일이었다.-25-26쪽

앤이 꿈꾸듯이 말했다.
"나는 사람들의 인생에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싶어. 학문적 업적을 남기는 일이 아주 고귀한 포부라는 건 알지만, 난 사람들에게 그저 지식만을 전해 주고 싶지는 않아. 그보다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더욱 기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어. 그리고 내가 살아 있지 않았다면 존재하지도 않았을 작은 기쁨이나 행복한 생각들을 간직하고 싶어."
-80쪽

앤이 활기차게 말했다.
"그럼 집에서 데이비를 바꾸려고 노력해야겠네요. 데이비는 못된짓을 많이 하긴 하지만 정말 사랑스러운 꼬마예요. 난 그애를 미워할 수가 없어요. 아주머니, 말씀드리기는 뭐하지만 솔직히 난 도라보다 데이비가 더 좋아요. 도라가 아무리 착하게 굴어도 말이예요."

마릴라도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래, 사실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 하지만 그건 공평하지 못해. 도라는 말썽을 일으키지 않잖니. 도라보다 착한 애는 세상에 없을 거다. 그앤 너무 조용해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잖아?"

"도라는 너무 얌전해요. 어떻게 하라고 일러 주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잘하고요. 도라는 애초부터 어른스러워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죠. 그리고…"

앤은 핵심을 찌르는 말을 덧붙였다.
"우린 항상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데이비한테는 지긋지긋할 만큼 우리가 필요하잖아요."
-121쪽

프리실라가 말했다.
"만약 입맞춤이 눈에 보이는 거라면 아마 제비꽃을 닮았을거야."

앤이 흥분하여 말했다.
"네가 그걸 혼자 속으로만 생각지 않고 말로 나타내다니 정말 기뻐, 프리실라. 어쨌거나 지금도 재미있는 세상이지만 사람들이 자기 속마음을 거리낌없이 말한다면 이 세상은 훨씬 더 재미있는 곳이 될텐데."
-149쪽

제인이 말했다.
"정말로 요정이 있으면 좋겠다. 요정이 세가지, 아니 한가지 소원이라도 들어준다면 멋지지 않겠니? 얘들아, 만약 한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면 너희들은 어떤 소원을 빌거니? (중략)"

앤은 문뜩 머리카락 색깔을 떠올렸으나 이내 하찮은 것이다 싶어 그 생각을 떨쳐 버리고는 말했다.
"난 사람들의 마음과 우리 모두의 인생이 항상 봄이라면 좋겠어."

프리실라가 말했다.
"근데 그건 이 세상이 천국 같아지길 바라는 거잖아."
-152쪽

다이애나가 말했다.
"헤스터는 저쪽에 “립すジ?심었어. 헤스터가 우리 엄마한테 그랬대. 자기는 그 벚나무에 열매가 열릴 때까지 살진 못하겠지만 자기가 심은 것들은 앞으로 영원히 남아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거라 생각하고 싶다고."
-157쪽

학교 운동장을 둘러싼 가문비나무들 사이로 바람이 기분 좋게 살랑거리고 나무 그림자가 한가로이 길게 드리워진 황혼녘에 앤은 조용히 문을 잠갔다.-176쪽

"아니, 그렇지 않아. 앤이란 이름은 위엄 있고 여왕 같은 느낌을 줘. 하지만 네 이름이 케런해푸치라 해도 난 그 이름을 좋아했을 거야. 이름은 그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멋질 수도 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지금은 조시나 거티란 이름만 들어도 참을 수가 없지만 내가 파이네 자매들을 알기 전에는 그 이름만 듣고 무척 예쁠 거라고 생각했거든."

앤은 무척 신이 나서 말했다.
"정말 멋진 생각이야, 다이애나. 처음부터 이름이 예쁘지 않더라도 자기 이름을 예쁘게 만들어 가는 거야. 사람들의 마음속에 아름답고 유쾌한 기억을 남겨서 이름 자체로만 기억하지 않도록 말야. 고마워, 다이애나."
-267쪽

라벤더는 사색에 잠겨 말했다.
"난 늘 최선을 다하려고 했어. 내가 노처녀가 돼야만 했을 땐 멋진 노처녀가 되기로 마음먹었지. 남들은 날 이상하다고 하지. 하지만 그건 단지 다른 노처녀들이 사는 방식을 따르지 않고 나만의 방식대로 살아가기 때문이야. 앤, 스티븐 어빙과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니?"
-279쪽

앤, 현실에서의 아픔이란 책에서 보는 것만큼 그렇게 심하지 않단다. 별로 낭만적인 비유는 아니라고 여길 테지만 실연의 고통은 심한 치통과 같은거야. 때때로 고통이 밀려오면 밤에 잠을 못 이루지만 그런 사이사이에도 마치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듯이 인생과 꿈과 메아리와 땅콩 사탕을 즐기며 살게 되는 거야.-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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