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10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0월
절판


무덤의 둥근 모양은 자궁을 상징하는 것이고, 죽음은 태어났던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의미라는데… 지리산의 여신령은 자궁을 많이 지니고 의로운 사람들에게 죽음자리를 마련해준 것인가… 글쎄, 빨치산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너무 추상적이고 비과학적인 생각이다. 어쨌든 지리산은 역사 위에서 투쟁하던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산이었고, 죽음을 맡긴 산이었다. 결국 지리산은 역사의 무덤이었다. -82쪽

우리는 역사를 믿어야 한다. 우리가 오늘 죽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내일로 확정된 역사의 승리를 위해서다. 우리는 비록 죽더라도 우리의 투쟁은 역사 위에서 반드시 되살아난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그런 확고한 역사의 신뢰 없이 진정한 투쟁은 나올 수 없고, 현실적 성공만을 바라면서 투쟁에 나섰다면 그거야말로 가장 파렴치한 기회주의다.-99쪽

그는 머리를 박고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물은 흐른다, 끊임없이 흐른다, 흘러서 끝끝내 바다에 이른다. 인민해방의 역사도 그와 같다. 이어지고, 끊임없이 이어지고, 그리하여 마침내 인민해방의 날을 창조한다. 물을 양껏 마신 그는 고개를 들었다.

-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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