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를 불태우는 인간은 자기의 증오를 한껏 맛보며 아무것도 모르는 희생자를 은밀히 조롱거리로 삼아 즐리고 나서 증오를 완성시키는 실제행위에 착수하는 것이다.오랫동안에 걸친 햄릿의 '우유부단'도 이것으로 설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복수의 기대를 오래 끌며, 달콤하면서도 위험하고 결코 싫증나는 일이 없는 증오의 미주를 한방울씩 남김없이 맛보고 싶은 햄릿의 소망 때문이라는 설을. 햄릿은 결코 우유부단하고 겁쟁이며 변덕스러운 신경통 환자가 아니었다. 그는 증오의 천재, 증오를 희한한 예술로까지 높인 사나이였다. 오뇌로 하루 하루를 보내면서, 정말은 원수의 육체를 뼈까지 씹고 있었던 것이다. 종막에서의 왕의 죽음은 알맹이를 모조리 빨리고 난 빈 껍질의 유기에 지나기 않았던 것이다.-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