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6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0월
절판


권 서장은 자기 방으로 돌아와 잠시 생각을 정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불현듯 심재모의 얼굴이 떠올랐다. (중략) 나이에 비해 똑똑하고 진중했고, 당당하고 정직한 군인이었다.그래서 그는 벌교땅을 떠나야 했다.-29쪽

강원도는 산만이 아니라 사람들도 전라도와 달랐다. (중략) 그 심한 차이의 원인을 찾아내는 데는 손승호가 진작했던 말이 열쇠가 되어주었다. 그것은 소작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전라도 사람들은 논밭이 넓은 땅에 살면서도 거의가 소작인이었고, 강원도 사람들은 비록 산골의 비탈밭이나 돌투성이밭을 일구어도 그것이 자기네 소유였다. 빼앗기며 사는 사람들과 빼앗기지 않고 사는 사람들과의 차이는 그처럼 현격했던 것이다.-87쪽

전라도 소작인들이 좌익에 대해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감정을 감추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었다. 강원도 산골 사람들은 단순하고 소박한 인간적 감정으로 좌익을 대하는 것이었고, 전라도 소작인들은 좌익이 세상을 뒤바꿔주기를 기대하며 공범의식을 느끼고 있는 결과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도 빼앗기지 않고 사는 사람들과 빼앗기고 사는 사람들이 보이는 차이라고 할 수 있었다.-89쪽

"계산얼 안혀봤응께 똑떨어지게야 몰르겄제만, 좌우당간 쩌 총알 한 개 값이 보리쌀 한 됫박값이야 넘을 것이구만요. 저것이 결국은 다 인민의 핀디, 저리 헛방질로 쏴제끼는 걸보자니께 속이 뒤집어질라고 허느만요."
"그렇지요, 인민의 피지요." 안창민은 그 분명한 인식에 하대치를 새삼스럽게 쳐다보며, "아마 저 자들은 그 사실을 죽을 때까지 모를 겁니다. 알려고도 하지 않을 거구요." 그는 다정하게 웃었고, 하대치도 따라 웃었다.
-150쪽

해방이 되자마자 너 같은 놈 하나를 죽이고 나도 죽었더라면 얼마나 의미있는 죽음이었을 것이냐. 너 같은 종자들이 백오십만,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백오십만이라면 이 땅은 깨끗해지는 것이 아니냐. -2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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