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가르쳐 줄래?" 고양이가 대답했다.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달려있어.", "난 어디든 상관 없어." 고양이가 말했다. "그렇다면 어느 길로나 가도 돼." 앨리스가 설명을 덧붙였다. "……어디든 도착만 한다면." 고양이가 말했다. "아, 넌 틀림없이 도착하게 되어 있어. 계속 걷다 보면 어디든 닿게 되거든!"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87-88쪽
언니는 눈을 감고 앉아서 자신이 이상한 나라에 있다는 것을 반쯤은 믿었다. 하지만 눈만 뜨면 이 모든 것이 단조로운 현실로 바뀌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풀잎이 바스락거리는 것은 바람 때문일테고, 웅덩이가 물결을 일으킨 것은 갈대의 흔들림 때문일 터였다. 찻잔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는 양들의 방울 소리로, 여왕의 고함 소리는 목동들의 외침으로바뀔 터였다. (앨리스의 언니가 알기로는) 아기의 재채기 소리, 그리펀이 외치는 소리, 그리고 그 밖의 별난 소리들은 모두 바쁜 농장에서 들려 오는 시끄러운 소리로 바뀔 터였다. 가짜 거북의 구슬픈 울음소리는 멀리서 들려 오는 소들의 울음소리로 바뀔 터였다. 앨리스의 언니는 마지막으로, 이 조그만 어린 동생이 이 다음에 어떻게 성숙한 여자가 될지를, 원숙한 나이가 되어도 어떻게 어린 시절의 순진하고 다정한 마음을 간직할 것인지를, 아이들을 모아 놓고 오래 전에 꿈 속에서 보았던 이상한 나라이야기 같은 갖가지 이상한 이야기로 어떻게 아이들의 눈을 초롱초롱 빛나게 할지를, 어린 시절과 행복한 여름날을 기억하면서 어떻게 아이들의 순수한 슬픔을 함께 나누고 아이들의 순수한 기쁨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 낼지를 그려 보았다.-18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