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왼손 그리폰 북스 3
어슐러 K. 르 귄 지음, 서정록 옮김 / 시공사 / 2002년 9월
구판절판


실제로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는 제정신이 아니다. 우리는 실제하지 않는 사람들의 존재를 믿으며,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이 보로디노에서 싸우는 것을 본다. 심지어 나폴레옹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책장을 덮은 뒤에야 비로소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것이다.-9쪽

어떤 소설이든지,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는 그 전부가 허구라는 것을 알아야 하지만, 그럼에도 책을 읽는 동안만은 그 속의 모든 말을 믿어야만 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그 책을 다 읽었을때 - 그 책이 훌륭한 작품이라면- 그 책을 읽기 전에 견주어 자신이 약간 달라졌다는 것을, 이전에 전혀 다녀 본 적이 없는 낯선 거리를 지나가다가 문득 새로운 얼굴들을 만난 것처럼 우리 자신이 변한 것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정확히 뭘 배Ÿm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말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11-12쪽

한 치의 거짓 없는 진실이라 할지라도 전달하는 방식에 따라 제대로 이해될 수도 왜곡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마치 내 고향 바다에서 나는 진주처럼. 그 보석은 장식하는 방법에 따라 무척 달라 보인다. 어떤 여인이 걸치면 한층 빛나 보이고, 또 어떤 여인이 걸치면 빛을 잃어 한낱 돌 조각에 지나치 않아 보인다. 진실은 이 진주보다 더 견고하고, 한결같고, 실체가 있는 것이다. 또한 둘 다 상처받기 쉬운 것이기도하다.-17쪽

지구인들은 남보다 앞서가는 것을 '진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러나 늘 원년에 살고 있는 행성 겨울의 주민들은 진보보다는 현재가 중요했다.-78쪽

잘 모르는 낯선 사람은 손님이다. 그들의 적은 바로 그들의 이웃이었다.-136쪽

엔보이는 언제나 혼자 오지요. 한 사람의 이국인은 호기심을 유발하지만 둘은 침입자로 간주되거든요.-267쪽

빛은 어둠의 왼손/그리고 어둠은 빛의 오른손/둘은 하나, 삶과 죽음은/케머 연인처럼/함께 누워있다./마주 잡은 두 손처럼/목적과 과정처럼-2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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