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진실
애너 퀸들런 / 디자인하우스 / 1996년 2월
절판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이제 없었다. 나는 오랫동안 간직했던 느낌을 더 이상 기억할 수 없게 되자 일종의 편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자유 또한 느꼈다. 감옥에서의 자유를.-11쪽

아빠는 랭혼 대학 영문과 학과장이었다. 아빠는 영국 취향으로 유명했다. 그의 영국 취향은 랭혼 여성 클럽이나 교회의 독서 클럽에서 <데이비드 카퍼필드>나 <오만과 편견>을 강의할 때면 대단한 인기였다.-16쪽

그처럼 일상적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를 왜 미처 깨닫지 못했을까? 하지만 그처럼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나날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라야만 비롯 사람들은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는 모양이다.

=>모든 사람들이 겪는 인생의 오류인것 같습니다.-24쪽

블라인드나 레이스 커튼, 베네치아산 커튼을 단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사는 고에서만큼은 생채기 난 마룻바닥 위로 매일 아침 희뿌연 새벽빛이 새어 들어오기를 바랐다. 늦은 오후나 이른 저녁 창문 밖으로 솟아오른 달님이 침실 마루에 놓인 간이 침대 위로 감미로운 은빛 물결을 은밀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35쪽

엄마는 식사와 같은 존재였다. 나는 내가 살기 위해 엄마를 필요로 했다. 그러면서도 엄마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빠는 디저트 같은 존재였다.-50쪽

그 순간 처음으로 나는 죽어 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무는 싹이 틀 것이고, 꽃이피고, 그러다 말라서 낙엽을 떨구게 될 것이다. 죽은 사람은 그 어느 것 하나도 볼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불 가까이에 너무 다가선 느낌이었다. 내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래요. 가끔 죽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떨린답니다.-56쪽

제인은 엘리자베스를 존경하고 엘리자베스는 자신만을 존경하거든.

=>책 속의 어머니가 평가하는 '오만과 편견'이었습니다. 또 다른 시각으로 다가왔어요.
-66쪽

나는 <오만과 편견>에서 고개를 들고 마침내 이렇게 물었다. "왜 이 일을 저 혼자 해야 하죠?" "뭘 혼자 한단 말이냐, 그게 무슨 소리지?" 아빠의 부인을 왜 저 혼자 간병해야 하냐고요?" "내 아내라? 내 아내라? 저 여잔 네 엄마다. 난 바로 이 자리에 앉아서 저 여자가 널 돌보고, 널 위해 일하고, 널 위해 요리하는 걸 무수히 봐 왔어..." "그리고 아버질 위해서도요." 나는 수치심을 느끼지 않을 작정으로 말했다. "난 생계를 꾸려야 했다. 저당 잡힌 건 갚아야 했고. 치료비도 내야 했으니까. 네 엄마도 그걸 이해할 게다." "타협을 위미하는 건가요, 그럼?" "넌 그 점에 관해, 뭘 몰라." 아빠는 내 책을 집어 들고서는 눈썹을 치켜 세웠다. "이 책은 네가 수백 번도 더 읽은 책이잖냐?" "이 책은 아빠의 부인이 아빠와 결혼하면서 포기한 책이기도 해요."-75쪽

병원은 해변과 어느 정도 비슷하다. 한차례 파도가 몰려오면 이전의 고통과 통증, 분만과 회복의 발자국은 흔적도 없이 지워진다.-89쪽

인쇄물에는 '죽어 가는 사람의 권리 장전'과 모르핀에 대한 약물적 지침이 들어 있었다. 권리 장전에는 16개 항목이 있었고 '나에게는 죽기 전까지 살아 있는 인간으로 취급 받을 권리가 있다.', '나에게는 외롭게 죽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등의 지침이 적혀 있었다. 나는 마지막 항목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나에게는 나의 욕구를 이해해 주고, 내가 죽음을 직시하도록 돕는 데서 만족을 느낄 수 있는 다정하고, 섬세하고, 지각 있는 사람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183쪽

"난 불구가 아니란 말예요. 잘 들어요 둘 다. 난 불구가 아니에요. 다만 몸이 허약할 뿐이죠. 기운도 없고. 기운이 다 빠져 버렸어요. 그래서 이런 게 필요한 거고."-196쪽

"엄마 의견에 동의하게 되었거든요. 이 책을 마지막으로 읽었던 건 '문학 작품 속의 여성들'이라는 강의에서였는데 그 과목을 맡은 젊은 여자 교수가 이 소설의 가장 큰 결점은 남자가 쓴 거라고 했어요. 안나는 애인을 위해 남편을 저버릴 수는 있었지만 아들을 절대로 저버릴 수 없었을 거라고요. 만일 여성 작가가 이 작품을 썼으면 그것을 알았을 거라고 말했거든요."

=>톨스토이의 '안나 까레리나'에 대한 해석이었습니다. 딸이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기도 한 책이지요.-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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