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부리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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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아이는 행복해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행복해지지 않았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해도 행복해하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는 배만 고팠던 것이 아닙니다. 배가 고플 때 마음도 같이 고팠습니다. 하루 세끼 밥으로 텅 빈 그 아이의 마음을 채워주기엔 너무 늦었나봅니다. 그 아이는 조금만 일찍 만났더라면, 그 아이가 젓가락 한 벌만 들고 학교로 갈 때, 가방에 도시락을 넣어 줄 수 있었어라면, 외로움에 지쳐 방 한 구석에서 울다 지쳤을 때 이불이라도 덮어 줄 수 있었다면, 그렇다면 그 아이는 사람을 믿지 못하는 병에도 걸리지 않았을 테고,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 때문에 아파하지도 않았을 겁니다.-4-5쪽

선생님이 무슨 말씀 하시는지 알아요. 선생님은 좀 그러듯한 직업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런데 전 그냥 기술자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 전 그냥 기술자가 되고 싶어요. 한가지 기술로 오랫동안 직장을 다닐 수 있는 그런 기술자, 그게 제 꿈이예요.
.....
선생님은 제 소원이 시시하다고 생각하시죠?-228쪽

'어 새싹이네!' 허리를 펴 주위를 둘레둘레 살펴보니 햇볕이 드는 곳마다 푸른 싹들이 비쭉비쭉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동수는 저 여린 풀들이 볕도 잘 안 드는 공장 지대 한구석에서 긴 겨울을 어떻게 견뎌 냈는지 신기했다. 그리고 아직 여린 민들레 싹이 비좁은 철문 틈에 뿌리를 내리고 꽃망울을 터뜨릴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민들레의 노란 꽃이 참말로 보고 싶어졌다. 동수는 민들레 싹 곁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담 밑에 먼지처럼 쌓여 있는 흙가루들을 쓸어다가 뿌리 위에 덮어 주며 말했다.
'어떻게 그 긴 겨울을 견디고 나왔니? 외로웠지? 그래도 이렇게 싹을 틔우고 나오니까 참 좋지? 여기저기 친구들이 참 많다. 자, 봐. 여기 우리 공장 옆에도, 저기 길 건너 철공소 앞에도 네 친구들이 있잖아. 나도 많이 외롭고 힘들었는데 친구들 덕분에 이젠 괜찮다. 우리 친구하자. 여기가 좀 좁고 답답해도 참고 잘 자라라. 아침마다 내가 놀아줄게.-272쪽

동수는 숙자와 숙희, 동준이, 명환이 영호 삼촌, 숙자어머니와 김명희 선생님, 그리고 갓난아이와 호용이의 얼굴을 하나씩 떠올렸다. 햇살을 가득 품은 식구들의 얼굴을 생각하니 힘이 솟는것 같았다. 동수는 컨테이너 박스로 사무실에 들어가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교복은 옷걸리에 곱게 걸었다. 동수는 걸레를 들고 기계를 닦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렸다.''봄, 봄, 봄, 봄, 봄이 왔어요......-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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