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04.05 개봉 / 18세 이상 / 101분 / 드라마 / 한국

 

감  독

장 선우

출  연

이 정현(소녀), 문 성근(장), 추 상미(소녀오빠의 친구), 설 경구(소녀의 오빠), 이 영란(엄마)

강변을 지나가던 인부 장은 뙤약볕 속에서 강 건너편을 그리운 듯 바라보던 이상한 소녀와 만난다. 그녀가 무턱대고 장을 오빠라 부르며 따라온다. 그리고는 장이 사는 창고 속으로 들어온다. 이때부터 둘은 함께 생활한다. 깨어지지 않는 침묵과 초점 잃은 시선, 무언가 무서운 일을 겪었던 것처럼 망가진 소녀의 몸은 장을 분노 속으로 빠트린다.

찌르듯 파고 들어오는 소녀의 악몽에서 도망치고 싶은 장은 소녀를 학대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무중력 상태와 같은 열병에 그녀와 함께 빠진다.

우리들은 소녀를 찾아 떠난다. 의문사 당한 친구의 기일을 맞아 그 가족을 찾아갔지만 소녀의 어머니는 이미 죽고 하나 남은 혈육인 그녀 역시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부끄럽고 잔인했던 80년의 의미를 찾으려는 듯 우리는 소녀를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마치 순례자처럼...

황폐한 들판에서 소녀를 발견했던 용달차 임씨, 조그만 선술집을 운영하는 옥포댁, 죽은 어린 연인의 환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김상태... 소녀를 찾아 나섰지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남긴 흔적 뿐이다.

어느날 술에 취한 채 소녀를 학대하던 장은 그녀의 비극 속으로 서서히 빨려들어간다. 죽어가는 엄마를 뿌리친 채 무더웠던 80년 오월, 악몽의 도시를 빠져나왔던 소녀의 슬픔과 한은 그녀의 내면 속에 깊이 응어리진 채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

80년 광주 민주 항쟁에 개입된 한 소녀의 비극적인 사건을 다룬 영화. 장선우 감독은 거대한 역사의 현장을 극히 개인적인 인물의 불행한 입장에 투영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그때문에 광주 항쟁을 역사 속에 제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일각의 요구를 당당히 거부하고 있는데, 연출 의도는 그런 광주 항쟁이 연장되는 현실 속에서 정신이상인 소녀의 개인사여서 더욱 정서적인 느낌이 강하다. 이런 점은 소녀 역을 맡은 이정현은 신들린 듯한 연기력이 크게 작용했다. 또한 수만명이 동원된 광주의 시위 장면은 우리 영화사에 길이 남을 만큼 사실적인 느낌을 주는 명장면이다. 원작은 최윤의 <저기 소리없이 한점 꽃잎이 지고>라는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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