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즈 예게른 -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1915-1916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파올로 코시 지음, 이현경 옮김 / 미메시스 / 2011년 4월
장바구니담기


도서관에 가기전에 읽고 싶은 책 목록을 적어가기도 하지만, 가끔은 도서관에 들러 구비된 책들을 구경하며 눈길이 가는 책들을 발견해 책정보 살펴본뒤 흥미롭다 생각되어 대출하는 책들이 있어요.

'메즈 예게른'은 존재하고 있는지 몰랐는데,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책이랍니다. 종종 시사만화를 읽으면서 글보다 간결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것이 좋았었는데, 만약 '아르메니아인 학살'에 관한 인문서적이었다면, 쉽게 도전하지 못했을것 같아요.

프라하에서 생활했을때, 신랑 동료인 터키인과 신랑의 학생인 아르메니아인과 친하게 지냈었는데, 미묘하게 둘의 관계를 눈치챘었답니다. 나중에 간략하게 터키와 아르메니아 관계과 한국과 일본처럼 불편한 관계라는 것을 알고 이해했지만, 그때는 더 깊게 그들의 역사를 찾아보려 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만화를 읽으면서 아르메니아인이 겪은 참상에 읽으면서도 믿어지지 않더군요. 어쩜 현실은 만화에서 묘사한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을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에 말굽을 달고, 눈알을 뽑으며, 이빨을 뽑아 다시 머리에 박아 넣는 행동을 어떻게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하지만 더 불행한것은 이런 상황들이 아직도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아직도 지구촌에 이런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것이지요.

전쟁은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것 같습니다.

그동안 세계대전하면 2차세계대전에 벌어진 유대인 대학살만 알았었는데,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처럼 1차 세계대전에 아르메니아인들에 대한 터키인들의 대학살이 있다는 것을 아는분들이 많지 않을거라 생각되요.

한편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일제 점령기때 있었다는 것을 세계인들은 알까?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 책의 작가는 아르메니아인이 아닌 이탈리아인이랍니다. 그래서인지 제 3자의 관점에서 간결하면서도 담담하게 표현했는데, 그점이 더 냉정해보이고 비극적인 느낌이 더 잘 전달된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에 대해 좀더 찾아보려고 인터넷에 검색했는데, 책에서 언급되었듯이 만족할만한 자료를 찾기가 어렵다는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답니다.

몇년만 지나면 곧 100년의 추모일이 다가올텐데 그때는 터키인들이 국제적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역사를 바로 잡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나 일본에게도 똑같은 부탁을 하고 싶네요.)

만화속 두 주인공은 실제 존재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들이 겪은 상황들은 실제 아르메니아인들이 겪은 상황이랍니다.

마치 사진을 보는 듯한 그림들은 실제 사진을 바탕으로 그렸다고 작가는 언급합니다. 그나마 존재하고 있는 사진도 그리 많은것같지 않아요.

'아르메니아인'학살의 주범중에 두사람은 암살당했지만, 한사람은 오히려 터키에서는 그의 이름을 딴 대로와 이스탄불에 '순교자 언덕'이라는 불리는 곳에 묻혔다는 사실을 알고 황당하더군요.

그러면서 문득 우리나라에도 자국민에게 극악한 행동을 저지른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내세운 기념비적인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떠오르며 부끄러웠어요.

제발 그들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이 있길 바랍니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책을 읽은것 같네요. 다들 읽고나서 비통한 감정과 안타까움을 느꼈답니다.

솔직히 이 한권의 책으로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이해하기에 많이 부족했어요. 그만큼 자료가 부족했을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러한 사건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기회가 되면 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