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6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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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적에도 책읽기를 좋아했지만, 고전은 재미없다는 편견 때문에 찾아 읽기보다는 추천도서로 억지로 읽었던것 같아요. 그런데 '폭풍의 언덕'은, 제게 고전도 이렇게 재미있을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닫게 해준 책이었답니다.

 

 그 후로 고전소설들만 골라서 읽기 시작했는데, 아마도 지금까지 독서량을 볼때 그 순간이 제가 가장 많이 고전을 읽었던 시기가 아닌가 싶어요. 게다가 용돈으로 구매까지.. 물론, 그후에도 재미있는 책들도 많이 발견하긴했었지만, '고도를 기다리며'같은 지금 읽어도 간신히 이해가 갈까 말까했던 고전들도 읽으며 살짝 정신적 자만에 빠지기도 했었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고전 중에 '폭풍의 언덕'만큼 제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책을 찾을수가 없었어요. 18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서 정확한 줄거리도 가물거림에도 불고하고, 주인공 '히스클리프'의 이름은 절대 제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으며, 그때의 받았던 그 감동만큼은 아직도 잊지 않고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일까요. 오래전부터 이 책을 다시 읽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다시 읽지 못하겠더라구요. 처음에는 '히스클리프'와 '케서린'의 지독히 이기적인 사랑에 다시는 발을 놓을만큼 용기가 없었는는, 이제는 그때 받았던 감정을 잃어버리게 될까 두려워 의도적으로 피했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읽겠지..하는 마음에 영문책을 덜컥 구매해버렸어요. 그리고 한동안 책장에 꼽아두며 언젠가...라고만 되새겼지요.

 

 그런 저의 게으름을 두고 볼수가 없었는지, 어느날 문학동네에서 출판한 '폭풍의 언덕'이 제 손에 덜컥 들어와 버렸네요. 이제는 정말 이런저런 핑계없이 18년만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읽다보니 당시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르며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슬픔도 느꼈어요. 초반에는 영어책도 비교해보며 읽었는데, 역시 영어책으로는 나중에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할만큼, '요크셔 사투리'는 해석불가능할정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크셔사투리를 우리지방의 사투리로 해석되는 순간 좀 무너졌어요. ㅠ.ㅠ 어쩔수 없는 선택임에도, 예전에 못 느꼈던 배신감은... -.-;; (그래서 제가 허클베리핀을 못 읽겠어요.ㅎㅎ)

 

 한편 이 책을 읽었을 당시 사춘기시기여서인지, 저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책을 읽으며 '히스클리프'의 악마같은 사랑에 마음이 아리기도 했지만, 예전만큼 강렬하게 느끼지 못한 제 심장을 보며, '나이듬'에 슬픔도 느꼈어요. 청춘일때는 도발적이고 위태로운 사랑의 감정에 끌렸을지 몰라도, 이제는 부드럽고 안정적인 감정에 안주하게 되어버린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사랑에 벗어나, '헤어턴'과 '캐서린'의 사랑에 더 눈길이 가는건지도 모르겠네요.

 

 예전의 강렬한 감정을 다시 찾지 못해 아쉬웠지만, 여전히 이 책은 저에게 좋은 감정을 남겨주었고, 나중에 다시 원서로 도전해봐야할것 같아요. (또 18년이라는 세월을 흘려보내지는 않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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