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 - 천만 비정규직 시대의 희망선언
홍명교 지음 / 아고라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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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저의 독서 습관은 편식에 가까운 소설 사랑이랍니다. 그래도 가끔 비소설을 읽기도 하는데, 자주 읽지 않아서인지 어떤 책을 읽어야할지 감이 안올때가 많아요. 그럴땐 제가 좋아하는 분들의 독서 리스트나 적극 추천으로 읽게 되면 99%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게 되네요.

'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라는 책의 성격을 알고, 솔직히 부끄럽지만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것을 알면서도, 당장 나 자신의 일이 아니니깐, '귀찮아', '혹, 나에게 불이익이 오지 않을까?'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들었거든요. 아마, 이 책을 선물로 받지 않았다면, 읽을 생각을 하지 못했을것 같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바로 책 속에 있는 3편의 만화가 아닌가 싶어요. 저는 우선 만화부터 먼저 읽어보았답니다. 만화를 먼저 읽는 동안, 처음에 가졌던 부담감들이 점점 사라지는것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자칫 어렵게 느껴질수 있었던 이야기가 만화로 인해 좀 더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거든요

첫 이야기는 최근에 잘 알려진 '홍익대 청소, 경비, 시설 관리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노동 조합'을 조직했다는 이유가 진짜 이유겠지만, 학교측에서는 계약 기간 만료라는 명목으로 갑작스럽게 해고 통지를 했습니다.

[ 교수, 학생, 청소아주머니들간의 상황이 어떻게 다른지 한눈에 볼수 있는 페이지네요. 이점이 만화의 큰 장점이겠지요. ]

이 책을 읽고, 주변분들에게 홍익대 청소아주머니들의 식대가 한달 9,000원이라는 이야기를 했을때, 모두들 믿기지 않는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주 식대가 9,000원이라고 해도 말이 안되는데, 한달 식대가 9,000원, 한끼 300원이라는 것이 말이 안되더군요. 조카 간식을 사주는데도, 1000원짜리 미만을 찾기 힘드는데 말이지요.

청소 노역에 관한 글을 읽고 또 다른 문제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 여성 친화적 직종은 저임금, 비정규직일까요? 생계부양자가 아닌 마치 '반찬값 벌러 온 아줌마'라는 잘못 된 인식으로 또 다른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었던것 입니다.

대학교에서만 문제가 되는것이 아닙니다. 그나마 대학교는 학생들의 지지와 연대로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하지만, 다른 곳은 이보다 더 열악하다는 현실이 가슴을 무겁게 했습니다. (대학교내의 청소노역도 불합리하다 생각되었는데, 그곳보다 더 열악한 환경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네요.)

그나마 '홍대 사건'은 학생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매스컴에 알려지면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지만, 아직도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않는 곳에서 치열한 투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새삼 책을 읽기전 저의 무관심과 이기심에 양심이 많이 찔렸습니다.

어느순간 예전에는 없었던 '비정규직'이라는 직업군이 생긴것 같습니다. 언제부터였을까? 궁금했었는데, IMF로 인해 불안한 경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되었더군요. 하지만 '비정규직'을 만들어냄으로써 정부와 기업이 아닌 서민이 가장 큰 책임과 무게를 떠 않게 되었습니다.

서글픈 장면이었습니다.

비정규직 구조로 인해 이제는 회사에서 너무 쉽게 계약관계를 해지하는것 같습니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직장을 잃을까봐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수 없는 현실이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태일'열사가 40년전 노동인권을 위해 분신을 했었는데, 아직도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 상황이 비현실처럼 느껴지네요.

20대 청년들이 너무 비싼 등록금으로 인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겨우 졸업하면 비정규직, 인턴이라는 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보며 안타까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안타깝고, 억울하고, 슬펐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들을 그냥 지켜보지 않고, 싸우고자 하는 사람들로 인해 조그만한 희망을 보는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작고 보잘것없는 행동처럼 느껴지지만, 그들의 용기있는 행동으로 다음 세대들에게 희망과 기회를 만들어 줄수 있는것 같아요. 사회에서 '유령'으로 존재했던 그들이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어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어주어 정말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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