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때문에 이 책을 알게 되었어요. 영화 예고편을 보고 영화를 보기 전에 꼭 책을 먼저 읽고 봐야지 생각했었지요. 무슨 생각으로 외서로 구입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보고 싶은데도 계속 책을 읽은 다음에, 라는 생각에 오래도록 책장에 꽂혀있었거든요. 아무래도 한글보다는 선뜻 손에 가지 않잖아요.
그런차에 이제는 더 이상 미룰수만은 없다는 생각도 들고 페이퍼백이라 들고다니기 가벼워서 여행중에 읽으려고 골랐어요. 그런데 결국 여행중에는 피곤해서 한자도 읽지 못했고, 여행을 돌아와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상황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채 읽어서 제대로 집중할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읽다보면 저자의 간결한 문장과 문단으로 어느새 쉽게 읽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문장부호의 생략으로 인해 처음에는 잘못 인쇄 되었나 생각했는데, 그것이 저자의 스타일이더군요. 아니면 이 책의 스타일이던지.
책을 읽으면서 정말 저자의 문장력에 놀라웠습니다. 인류가 어떻게 종말을 맞았는지 모릅니다. 단지 문명이 파괴되어 인간이 인간다움을 잃어가는 어느 한 시점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좀 더 따뜻한 곳을 향해 무작정 남쪽의 도로로 가는 여정을 다루었습니다. 춥고 배고프고, 인육을 먹는 사람들을 피해 도망다니는 과정이 반복되지만 전혀 지루한지 몰랐습니다.
정말 뭐랄까. 책 속에 그대로 그 상황이 주는 피폐함, 무력감, 절망감, 슬픔등이 고스란히 전달되는것 같았거든요. 아버지의 부성과 아이의 순수함이 부딪히면서 오는 갈등은 안타까웠고, 생사가 달린 문제에 아이의 반항은 철없다고 느껴졌지만, 그런 아이를 통해 그래도 이런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You're not the one who has to worry about everything.
The boy said someting but he couldnt understand him. What? he said.
He looked up, his wet and grimy face. Yes I am, he said. I am the one.>
아버지도 아들도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픈것 같아요.
책을 다 읽고,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도 그리 나쁘지 않았어요. 지루해서 죽을뻔했다고 하지만, 책을 읽어서인지 전혀 지루하지 않았어요. 다만, 영화의 엔딩보다는 저는 책속의 엔딩이 더 마음에 들었다고 할까요. 영화가 좀 더 밝은 결말이지만 왠지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어서인것 같습니다.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영화 포스터로 재디자인해서 판매된것 같네요.
무척 암울해 보이는 표지입니다.
책과 작가에 대한 찬사를 앞에 적어놓았네요.
작가의 또 다른책들
문장과 문단이 간결하여 읽는데 큰 무리없었습니다. 다만 상황을 처음에 파악하기 힘들어서 초반엔 몰입하는데 힘들었어요. 그의 문장은 독특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데, 어떤분이 '헤밍웨이'와 비슷하다고 했죠. 헤밍웨이의 책을 영어로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워낙 그의 문체가 간결하다는 것을 들어서인지, 왠지 이해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