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 우아하고도 쓸쓸한 도시의 정원
토머스 프렌치 지음, 이진선.박경선 옮김 / 에이도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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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때는 '동물원'하면 가족과 함께 책과 TV에서만 보던 동물을 직접 볼수 있어 좋았던 장소로 기억했는데, 지금은 '동물원'의 또 다른 이면을 아는지 어릴적만큼 100% 좋은 감정을 누리지는 못하는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도 아이들과 함께 동물원에 가면 즐거워하는 모습에 동물은 제 마음 한켠으로 밀려나는건 어쩔수 없는것 같습니다. 

 미국에 있을때, 자신의 차를 타고 사파리를 할수 있었던곳에 놀러갔어요. 입장권은 차량당이었는데, 그곳은 초식 동물을 운영하는 곳이었어요. 가까이서 기린을 보고 즐거워하며, 우리나라에도 이런곳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역시 동물의 입장보다 인간의 입장을 생각했었습니다. 

 프라하에 와서는 프라하의 동물원도 가보았어요. 어릴적 쇠창살에 갖힌 동물들을 보았던 기억에서, 쇠창살이 아닌 자연과 조화롭게 이루어진 동물원을 보니 어른이 되어도, 아이들처럼 무척 신이 났어요. 요즘 되도록 동물을 이해하고 행동반경을 분석해 그들의 습성에 맞춰 동물원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밖에서 보고 있는 저도 느낄만큼 북극곰의 이상행동(이리저리 왔다갔다 반복하는 행동)을 보며 불편한 감정이 드는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프라하의 동물원을 보면서 무척 신기했던것중에 개방형 새서식지였는데, 저는 순진하게도 그들이 동물원의 자연환경에 마음에 들어 날아가지 않고 정착하고, 때에 따라서 철새처럼 떠났다가 돌아오는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아마도 그 새들은 더 멀리 날지 못하도록 날개끝을 자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너무 궁금했습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동물원'의 다른 이면을 알고 싶었습니다. 

 자연도태가 아닌 인위적인 도태로 죽음을 목전에 둔 아프리카 코끼리들을에게 죽음이냐 동물원이냐라는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이 옳은것인지 생각하게 하지만, 솔직히 이 책을 다 읽고도 정답을 찾지는 못했어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라는 구호를 들어 동물원행을 반대하는 동물보호 단체들이 있지만 사실 그 죽음 조차도 동물들의 선택은 아닐테니 말입니다. 

 논픽션이지만, 한편의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이 책을 읽었던것 같습니다.  

 인간이 되길 갈망한 침팬치 '허먼'을 보면서, 예전에 읽었던 SF소설이 떠올랐어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 침팬치를 보며 안타깝기도 하고, 동물원에서 생활하면서도 야생 본성을 잃지 않으려 했던 매력적인 호랑이 엔샬라는 결국 인간의 부주의한 실수로 목숨을 잃게 되어 무척 슬펐습니다. 

 멸종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아무리 잘꾸며진 동물원이라도, 동물들에게는 자연보다 더 좋을수 없는데, 그 자연조차 우리가 지키지 못하니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결국 비영리 단체에서 규모가 커지면서 돈을 추구하는 기업적인 마인드를 보이는 동물원 경원진과 사육사간의 갈등은 어떤식으로든 폭팔할거라 생각했어요. '렉스'를 보면 왠지, 예전에 보았던 영화 '주라기 공원'에서의 할아버지 같았어요. 행복한 꿈이 한순간에 악몽이 될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전까지는 '동물원'에 대해서 정확히 몰라서 어느정도 비난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들이 가지고 있는 나름의 고충도 함께 알게 되고, 열심히 동물을 향해 애정을 쏟는 그들을 보며 마음으로 응원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로우리 파크 동물원에서 우리에 빠져나온 동물들이 생길때 '코드원 (호랑이 - 탈출한 동물)'이라고 코드를 부릅니다. 동물들의 입장에서 어쩜 '인간'이 가장 위험한 존재가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제목을 '코드원 인간'이라고 붙여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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