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그런 아빠에게 눈을 흘겼다. 내가 그 자리에 없었다면 엄마는 분명 아빠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을 거다. 우리 엄마는 다른 건 몰라도 뺨을 때리는 일만은 강력하게 반대하는 쪽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 아이들이라면 모를까 조금이라도 머리가 굵은 아이에게 뺨은 때리는 일은 오히려 반발만 일으킬 뿐이라는 주장이다. 빌레 누나는 엄마 생각은 말도 안되는 거라고 한다. 그건 어린애들한테 오히려 더 끔찍하다는 거다. 어린애들은 대체 왜 그런 폭력을 당해야 하는지 저항은 커녕 그 현실조차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애들의 깊은 무의식에 끔찍한 공포로 남게 된단다. 아주 어린아이들은 그런 공포를 얘기할 줄 모르니까 그게 얼마나 아이들한테 나쁜지 어른들은 전혀 깨닫지 못한다는 거다.-1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