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와인을 주문해서 마시지 않고 직접 손님이 가져온 와인을 마시길 원할 때, 식당측이 그 와인을 따서 글래스에 따라주고 서브해주는 봉사료로 받는 돈을 코르키지(Corkage)라고 한다.

 

 이름만 보면 코르크 마개를 따는 값이라고 해석하기 쉽지만, 식당으로서는 코르크 마개 오프너, 소믈리에와 웨이터의 와인에 대한 교육 및 트레이닝, 값비싼 와인잔, 와인 저장고 및 백포도주를 차게 하는 아이스 버켓, 와인잔 보관과 취급에 따른 유지비 및 씻고 말리는 인력과 기계 등 여러가지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 미국내 식당의 코르키지 가격은 5달러에서 50달러사이인데, 대부분 10~20달러의 코르크지 가격을 책정해 놓고 있다. 손님 입장에서 보면 내가 가져온 와인을 내가 마시는데 10~20달러의 돈을 내야 한다니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정당한 요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고 손님이 직접 스테이크를 들고 가서 구워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는 없지 않은가. 요청하는 일이 있다고 가정해 볼 때, 부가 봉사료를 내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는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식당에서 맥주나 다른 술, 음료수, 음식과는 달리 와인에 한해서 손님들이 직접 들고 와서 마실 수 있도록 허락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와인은 단순한 술이나 음료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함께하며 여러가지 의미가 부여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자녀의 21세 생일을 맞아 축하하기 위해 한 가족이 좋은 식당을 찾았다면, 그 아이가 태어나던 해의 빈티지를 그 날을 위해 고이 모셔놨다가 들고 가서 마시는 것은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애정을 표현하는 의미 깊은 행사가 될 것이다. 또한 결혼식을 올린 해의 빈티지를 여러 케이스 사 두었다가 매년 결혼 기념일에 식당을 찾아서 식사와 함께 한병씩 마시는 것 또한 그 날을 더욱 뜻깊게 만들어주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단골의 경우 결혼 기념일 25주년 등 매우 특별한 날 들고 가는 와인에 대해서는 코르키지를 부과하지 않는 식당이 대부분이다. 식당에서 와인을 구비할 때, 여러 종류를 갖춰 놓을 수는 있지만 모든 빈티지를 갖춰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와 같이 기념일에 식당을 찾아서 기념하는 해에 출시된 와인을 들고 가는 것이 허락되는 것이다. 하지만 오래전 빈티지 와인이 아니더라도, 예를 들어 둘이 처음 만났던 날 마셨던 와인일 경우에도 식당에서 구비해 놓은 와인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들고 가서 마실 수 있다.

 이처럼 식당에 와인을 들고 가서 마실 때는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

 

 첫째로 가고자 하는 식당의 와인 리스트에 포함된 와인은 들고가서는 안된다. 이는 식당이 손님들에게 와인을 직접 들고와도 된다고 허락하는 관용을 악용하는 것 밖에는 안된다. 실제로 많은 식당에서는 이를 아예 허용하지 않고 있다.

 

 둘째로 한 병에 10달러 미만하는 싼 와인은 들고 가서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식당측에서 보면 값싸고 흔한 와인을 들고 와서 마시겠다고 하는 것은 손님이 그 식당에서 구비해 놓은 와인 리스트를 무시하고, 식당이 와인을 팔아서 남는 이윤을 거부한다는 부정적인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손님 측에서도 한 병에 6달러짜리 와인을 사서 식당에서 20달러의 코르키지를 지불하고 마시는 것은 경제적으로 현명한 일이 아니다.

 

 세번째로, 와인을 들고 가기 전에 꼭 식당에 먼저 전화해서 그 와인을 들고 가도 되는지, 식당의 와인 리스트에 포함 되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와인을 들고 간다는 것을 미리 밝혀야 한다. 이 때, 와인을 몇 병까지 들고 갈 수 있는지, 코키지가 각 병당 일률적으로 부과되는지 (많은 인원이 함께 식사할 때 처음 3병까지는 20달러이지만 네번째 병 부터는 15달러 하는 식으로 코키지 가격이 다를 수 있다) 등을 문의해야 한다. 식당에서는 백포도주나 샴페인을 들고 간 손님을 위해서 자리에 앉기도 전에 미리 와인을 받아서 알맞은 온도로 차갑게 해 주거나, 오래된 와인을 디캔팅 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는 등 미리 연락을 받았을 때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끝으로 다 먹고 계산을 할 때 와인을 서브해 준 것에 대해서도 팁을 더해서 지불해야 한다.

 나파 밸리의 유명한 고급 레스토랑 ‘프렌치 런드리’ (French Laundry)는 코키지로 병당 50달러를 요구한다. 아주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손님이 직접 와인을 가져오는 것을 막고자 함이다. 평균 1인당 식사 가격이 125달러인 이 곳에는 최고의 소믈리에가 매일 주방장의 메뉴에 맞춰 가장 적합한 와인을 매치시켜줄 뿐만 아니라 훌륭한 와인 리스트를 구비하고 있다. 이 곳의 와인 리스트에는 코르키지보다 싼 가격의 한 병에 23달러하는 프랑스의 부브리(Vouvry) 백포도주도 있으니,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집에서 와인을 가져갈 이유가 없겠다.

 요즘 파티나 그룹의 피노 레스토랑들이 코르키지를 면제해주고 있다. 그 이유는 경기가 좋지 않은 요즘 마케팅 차원에서 마치 쿠폰을 프린트하듯 손님을 끌기 위한 전략이다. 식당들은 보통 와인의 구입가격의 3배를 와인 가격으로 책정하는데, 식당에서 와인을 구입하는 도매가는 소매가보다 약 30% 싸다.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식당에서 30달러의 가격에 제공하는 와인은, 식당측이 10달러에 구입한 것이고, 우리가 마켓에서 구입할 때는 약 12~13달러에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엔 어려운 경기를 반영하듯 많은 식당에서 구입가의 2.5배 혹은 2배에 와인을 제공하고 있고, 값비싼 고급 와인의 경우 2배 미만의 마진으로 구비해 놓은 곳도 많다. 이에 비해 식당의 음식은 원가와 마진의 비율이 약 25:75 혹은 30:70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별로 특별한 의미가 없는 와인을 식당에 들고 가서 마시는 것은 손님에게 경제적으로도 손해이고, 식당측에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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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6-29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렇군요. 아직은 외국이야기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