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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평점 :
박완서님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면 '참 곱다'였어요. 벌써 연세가 그렇게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글 속에 연륜이 느껴지기도 하고, 아직도 이렇게 책을 출판하실수 있는 열정에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소녀적 감수성을 잊지 않고 간직하고 있으시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글을 읽는내내 그 설레임이 함께 전달되어서 저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새해에 읽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에 '친절한 복희씨'라는 단편집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라는 산문집을 읽으면서 그 책과 함께 오버랩이 되더군요. 사실 소설을 읽을때는 90%정도는 허구에 10%의 작가의 경험이 녹아들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산문집을 읽으면서 51%정도는 사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이야기할수 있지만, 그 삶을 바탕으로 얼마나 살을 붙여서 재미와 감동이있는 이야기를 쓸수 있는가가 작가의 재능같아요.
글이 너무 아름답고 생생해서, 마치 눈앞에 박완서님의 마당에 있는 살구나무 꽃이 만개한 모습이 그려지고, 곧 살구가 주렁주렁 열려 떨어진 살구를 줍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박완서님께서 손수 만드신 살구쨈을 한병 얻어봤으면...하는 욕심이 생기더군요.^^
세대 차이가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세대 차이를 잊을 만큼 많은 글들이 공감이 같습니다. 게다가 박완서님께서 읽으신 책중에 존 커널리의 '잃어버린 것들의 책'이 있는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왠지 판타지 소설은 읽지 않으실것 같았는데, 제가 재미있게 읽은 책을 박완서님도 재미있게 읽으셨다는것에 뿌듯함까지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 오래 생활하셔서 더 좋은 글을 담은 책으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