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 - 살아가는 동안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
루프레히트 슈미트.되르테 쉬퍼 지음, 유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절판


맛있는 음식이 혀 위에서 사르르 녹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인생에서 먹는 일만큼 즐거운 것이 있을까? 음식을 만들 때 풍기는 냄새에 기대감이 샘솟고 건강하고 평화로웠던 과거의 어느 날이 떠오른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이런 분위기는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평범한 일상의 한 조각'을 선사한다.-18쪽

애플 케이크의 맛이 옛날 할머니 댁에서 먹었던 것과 똑같을 수는 없다. 할머니 댁에 딸린 커다란 정원에서 뛰어논 것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이모 집에서 먹었던 미트볼은 왜 그렇게도 맛있었을까? 이모의 음식 솜씨가 좋았던 것도 있지만, 마음씨 좋은 이모와 함께 먹어서가 아닐까?-51쪽

고인과의 관계가 긴밀했을수록 그는 더 심란하다. 자꾸 생각하게 되고, 그의 죽음이 한동안 그에게 후유증을 난ㅁ길 거라는 것을 안다. 그런 경우는 드물지만, 촛불이 타오르고 밀랍판에 그가 잘 모르는 이름이 새겨져 있을 때는 더욱 마음이 아프다. 그가 이름조차 모른다는 것은 호스피스에 들어온 시점에 이미 말을 걸 수도, 무엇을 먹을 수도 없는 상태였다는 의미다. -134쪽

그러자 갑자기 추억이 떠올랐다.
이 맛 그것은 콩브레 시절의 주일날 아침에 내가 레오니 고모의 방으로 아침 인사를 하러 갈때, 고모가 곧잘 홍차나 보리수꽃을 달인 물에 담근 후 내게 주던 그 마들렌의 작은 조각의 맛이었다.

- 마르셀 프르스트

->이 책을 읽으면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가 떠올랐었는데, 그 인용문구가 있었네요.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인데도 읽은듯한 착각이^^-158쪽

친구들은 그녀를 비난했다. 그냐가 그렇게 집착하니까 남편이 평안하게 세상을 떠날 수 없다고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누가 알겠어요?" 베아테는 자문한다. "나보고 어쩌라고요... 난 그저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해요. 물론 남편을 보내주고 싶지 않아요. 그가 조금 더 살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다하고 싶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남편이 너무 힘들어하지 않고 떠날 수 있도록 하고 싶지만 힘들어요. 나는 남편이 있는 데서 울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아요. 그렇잖아도 힘든 그를 더 슬프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어제 그의 팔을 잡고서 '가야 한다면 가세요. 난 당신을 붙잡을 수 없어요.라고 말했어요. 유감스럽게도 남편은 전혀 반응이 없었어요. 하지만 나는 남편이 내 말을 들었다고 생각해요."

-> 이책에서 가장 마음에 쓰이는 부부예요.-181쪽

내 무덤가에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 없고 잠들지 않았습니다
나는 천 갈래 만갈래로 부는 바람이며 금강석처럼 반짝이는 눈이며
무르익은 곡식을 비추는 햇빛이며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입니다

-메리 프라이-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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