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시내의 한 호텔 식당에서 옆 테이블 손님이 주문한 와인에 이

상이 있다며 웨이터에게 바꿔 줄 것을 요구하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와인에서 미세한 입자들이 섞여 나온 것을 보고 손님이 `와인에 왠 찌

꺼기'라며 항의를 한 것이다.

기자가 보기에 웨이터는 아마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 듯 싶었다.

당황한 웨이터는 지배인을 불러 도움을 청했고 그의 설명을 듣고 손

님 이 어느정도 납득하는 분위기였으나 식당측은 결국 와인을 바꿔 주

는 배려를 했다.

우리가 통상 마시는 대부분의 와인에서는 침전물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그러나 오래 숙성시켜 복합적인 향과 부드러운 맛을 즐 길 수 있는 고

급 레드와인의 경우 보관한지 8∼10년 정도가 되면 대개 침전물이 생

긴다.

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와인에 함유된 탄닌과 안토시아닌(색소)이 화학

적으로 결합해 입자화 되어 병밑바닥으로 가라 앉는 것이다.

고급와인 병의 밑바닥이 오목하게 들어가 있는 것은 침전물이 쉽게 바

닥에 떨어져 고이도록 한 배려이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탄닌과 안토시아닌성분이 적기 때문에 침전물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식사 후 마시는 달고 알코올도수가 높은 포르투갈의 포트와인(특히 풍

년의 든 해의 포도로 만든 빈티지 포트와인)은 침전물이 많기로 유명

하다.

이때문에 포트와인은 마시기 몇 일 전부터는 세워서 보관하기도 한다.

이 같은 사실을 감안하면 침전물은 오히려 고급 와인의 상징이라고도

볼 수 있다.

매우 드문 경우이긴 하나 고급와인의 병 밑바닥에서 포도주 빛깔(화

이 화이트와인은 흰색, 레드와인은 엷은 루비색)의 수정같이 맑은 결

정체를 발견할 수 있다.

와인의 경우 눕혀서 보관하기 때문에 코르크마개의 안쪽(와인과 닿는

쪽)에서도 간혹 볼 수 있다.

이는 와인을 장기간 낮은 온도에서 보관할 경우 와인에 많이 함유된

주석산이 칼륨 등과 결합해 생기는 것으로 주석산염이라고 부른다.

와인의 다이아몬드라고 하는 주석산염은 인체에 해가 없다.

와인애호인들은 와인병 속을 주의깊게 관찰해 침전물이나 주석산염이

발견되는 것을 일부러 고르기도 한다.

침전물이나 주석산염이 들어 있는 와인을 마실 때는 유리로 만든 주

발이나 플라스크에 조심스럽게 옮긴 후 따라 마시는데 이를 디켄팅(

decan ting)이라 한다.

디켄팅은 미세한 입자를 걸러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양초 (또는 손전

등)를 와인병에 대고 행해진다.

디켄팅은 소믈리에(와인을 주문받아 서비스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기술이다.

앞서 소개한 해프닝은 만일 디켄팅작업을 해서 와인을 서비스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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