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마일 스티븐 킹 걸작선 6
스티븐 킹 지음, 이희재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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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라크루아는 내 말에 따랐다. 그는 어린 소녀를 범하고 살해한 뒤 시체를 소녀의 집 뒤뜰로 옮긴 다음 석유를 끼얹어 불을 질렀다. 범행 증거를 어물쩍 없애려 했던 것이다. 불은 그래도 번져 집을 삼켜 버렸다. 여섯 명이 더 죽었는데 그중 둘은 아이였다. 그것이 그가 저지른 유일한 범죄였다. 이제 들라크루아는 근심스러운 표정을 짓고 살아가는 얌전한 사내였다. 머리는 벗겨졌지만 목 뒤로는 길게 자란 머리카락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얼마 뒤 고철 스파크에 앉으면 그것으로 그의 인생에도 마침표가 찍힐것이다. 하지만 그 끔찍한 짓을 자행한 주역은 이미 사라졌고, 이제 그는 침상에 누워서 작은 친구가 찍찍거리며 손 위로 기어다니도록 내버려 두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문제의 핵심은 바로 그것이었다. 고철 스파크가 태우는 것은 사형수 안에 있던 범행의 주역이 아니다. 범행의 주역은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다른 범죄자의 몸속으로 피신하므로, 결과적으로 우리는 살아 있는 송장이나 다를 바 없는 엉뚱한 사람을 죽이고 마는 것이다.-22쪽

자고로 사람들은 위선자를 좋아한다. 자기한테도 다분히 그런 성향이 있다는 건 알지만, 누군가가 바지를 내리고 물건을 세운 채 요상한 짓을 하다가 붙들렸는데 그게 자기가 아니면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는 것이다.-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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