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조심 - 조종사와 비행에 관한 아홉 편의 이야기
로알드 달 지음, 권민정 옮김 / 강 / 2007년 8월
절판


내가 죽기 싫어하는 이유는 앞으로 내게 일어났으면 싶은 것들을 놓치기 싫어서가 아닐까.

-.쪽

그 혼란 속에 카티나는 비행장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두 다리를 벌린 채 우뚝 서서, 급강하하며 지나가는 독일군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 평생 그렇게 작은 존재가 그토록 맹렬하게 분노를 터뜨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카티나는 독일군을 향해 뭐라고 소리치는 듯했지만, 원낙 소음이 대단해서 우리 귀에는 전투기 기관포와 엔진 소리밖에 들리지 않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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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카티나는 몸이 작아서 총알에 맞을 리 없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메서슈미트의 총구에서 불꽃이 일던 기억, 순간 아이가 아주 가만히 전투기를 마주보며서 있던 기억도 떠오른다. 아이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끼던 기억도.

=> 이글을 읽는 순간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났어요. T.T
그리곤 카티나는 쓰러졌다.
다음에 일어난 일을 나는 결코 잊지 못한다. 마치 마법이라도 부린 듯, 온 사방에서 남자들이 땅 위로 튀어나왔다. 그들은 우르르 참호에서 기어나와 마치 광분한 폭도들처럼 비행장으로 몰려들었고, 비행장 한가운데에 꼼짝 않고 쓰러져 있는 조그만 형체를 향해 내달렸다. 모두들 몸을 숙이고 쏜살같이 달렸다. 나도 참호에서 뛰어나와 그들과 함께 달렸던 기억이 난다. 정신없이 달렸던 기억, 내 앞에 달리는 남자의 군화가 보였던 기억, 남자의 다리가 조금 활처럼 휘었고 파란 바지가 너무 길어 보였던 기억도 난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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